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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4

생각이 실종된 어느 날 - 브레히트 산문 독일 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산문 '생각이 실종된 어느 날'을 읽는다. 브레히트는 문학의 여러 장르에 걸쳐 다작을 했지만 그나마 산문은 손에 꼽는다. '생각이 실종된 어느 날'은 '코이너'라는 인물을 통해 세상에 나타나는 현상들을 비틀어보는 아포리즘 성향의, 가볍지만 함축적인 산문이다. 생각이 실종된 어느 날 - 브레히트 일단 책의 제목이 거창해서 원제는 뭘까 찾아보았다. 'Geschichten vom Herrn Keuner', 즉 '코이너 씨 이야기(역사)' 정도인데, 책에는 '생각이 실종된 어느 날'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이 제목이 붙은 이력에 대해서는 책에 별다른 언급이 없다. 이 글의 주인공 '코이너(Keuner)'라는 인물이 브레히트 작품에 등장할 즈음은 나치가 득세하기 시작했던 때다. 브.. 2021. 7. 29.
브레히트의 시를 떠올리게 한 어느 시골의 나무 작년 5월 18일에 작성한 브레히트의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관련 포스트다. 어느 시골길을 지나다가 황량한 빈집 하나를 보았는데, 그때 모습이 마치 브레히트의 시에서 느끼던 것과 비슷해서 포스팅했었다. 포스트 말미에, 기회가 되면 그 집과 나무를 찍은 사진을 올려보겠다고 했는데, 그때가 벌써 일 년이 넘었다. 기숙사에 있는 아들을 데리러 한 달에 한 번 오가면서, 고속도로가 밀릴 때 지나게 되는 우회도로에서 만나는 도로변 집이다. 지대가 낮아 집은 도로보다 아래에 위치하고 나무는 거의 가로로 눕다시피 뻗어 있다. 차가 밀리는 때만 보게 되니 이렇게 사진을 찍을 여유도 있다. 일반 가옥은 아니고 방앗간처럼 보인다. '처럼'이란 표현을 쓴 것은, 시골의 방앗간은 어릴적 외가 근처에서 딱 한 번 본 게 .. 2019. 6. 22.
살아남은 자의 슬픔 -브레히트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던 책을 우연히 찾게 되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이다. 업은 애기 삼년 찾는다고, 책꽂이에 멀쩡히 꽂혀 있던 책을 몇 년간 잃어버린 줄로만 알고 내심 아쉬운 마음만 품고 있었다. 이 책을 그렇게나 찾지 못 했던 이유는, 책꽂이에서 바로 보이는 책 모서리 부분이 노란 색에서 흰색 가까운 색으로 변색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 중고서점에 책을 팔기도 하고 더러는 필요한 사람을 주기도 하는 사람이지만, 대학 때 손때 묻은 책들은 그렇게 쉽게 떠나보내지도, 떠나보내고 잊어버리는 일도 없다. 이 책만 해도 노란색 표지에, 베레모를 쓴 젊은 브레히트의 모습을 아주 생생히 기억하고 있기에 문득 생각이 미칠 때마다 찾아보길 몇 번이었는지 모른다. 시집의 특성상 얇고 작아서 다른 책들 사이에.. 2018. 6. 21.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브레히트 시골길에서 오래된 나무 한 그루를 만났다. 도시에서 같으면 그렇게 마구 제멋대로 자라도록 내버려 두진 않았을 텐데, 나무는 가지를 뻗다가 뻗다가 아래로 아래로 굽어 땅을 향해 기고 있었다. 애처로운 마음에, 할 수만 있다면 막대기 몇 개 가져가서 그 고개를 위로 쳐들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나무가 서 있는 곳은 도로변, 그 나무가 자리한 집은 한눈에 봐도 폐가가 분명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자고로 표가 난다고 했다. 슬레트 지붕 개조가 시작된지가 이미 오랜데, 그 집 처마는 끝부분이 바람에 뜯겨 날리고 빗물에 쓸려 먼지가 될 때까지 모든 걸 순리에 맡기겠다는 듯한 모습으로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그 집의 벽에는 금이 가 있고 흙빛과 녹물만 황량하게 눌러앉아 있었다... 2018.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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