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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3

속옷 22개, 그 외엔 모든 게 부족한 여행이었지만..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짐 꾸리는 데도 이력이 붙는 것 같습니다. 목적지에 딱 맞춰 필요한 것들을 챙겨가면서도 웬만한 물건은 빠뜨리는 법이 없으니까요. 저도 짐 꾸리는 데는 이골이 났지만, 여행을 위해 꾸리는 짐만큼은 늘 어렵더군요. 이번 여름, 초등 4학년인 큰애를 처음으로 캠프에 보내게 되었습니다. 3주간이나 되는 긴 여행기간을 대체 어떤 식으로 준비해 보낼 것인지 고민은 많았지만, 작은 것 하나까지 누군가에게 물어보기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세면도구같은 자잘한 물건들부터 침구며 수건들(얼굴수건, 목욕수건, 때수건)까지,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던 준비물 목록이 있었습니다. 그 목록 속에 실소를 금치 못 하게 하던 부분, '속옷 22개'.... 3주라고 딱 맞춰 속옷도 22개.. 2009. 9. 16.
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반드시 적인 것만은 아니다. 언젠가 어느 중국인 이야기를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초면에 제게 무례한 질문을 던져서 기분을 상하게 하고, 여과되지 않은 반감을 그대로 드러냈었던 한 사람의 이야기였지요. (관련글: 어느 중국인이 내게 던진 황당질문) 그집 아이와 제 큰애가 이제는 반도 다르고, 끝나는 시각도 다른데다, 더 이상 학교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지 않아도 애들이 저희들끼리 버스를 타고 다니다 보니 그를 마주칠 일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람 일이 어디 그런가요, 큰애 캠프를 보내며 다시 그 가족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날 캠프에 참가하는 아이들은 이 도시 아이들뿐이 아니라서, 버스는 뮌헨을 출발해 이 도시 저 도시를 두루 거쳐 오다 예정시각보다 한 시간 이상이 지연되었습니다. 그 동안 아이들은 맘에 맞는 친구들끼리 어울려.. 2009. 9. 3.
독일 시골에서 마신 맥주가 특별했던 이유 오랜만에 도시를 벗어나, 호젓한 교외로 바람을 쐬러 다녀왔다. 날도 화창하니 구름 한 점 없고, 키 큰 수목들 사이를 걷다 보니, 모든 걸 잊고 잠시 사색에도 잠겨 볼 수 있었다. 동토에서 새로운 봄을 기다리던 새싹들이 뾰족히 얼굴을 들이민지 오래지 않아, 천지가 온통 연둣빛 잔치로 분주하다. 야외에서 정취를 더해주는 한 잔의 맥주... 프랑켄 지방은 백포도주로 유명하지만, 이 백포도주의 고장에 살면서도 나는 여전히 '맥주 매니아'다. 이 맥주는 근방에서 만들어져, 나무통에서 숙성된 것이라 한다. 독일은 우리처럼 브랜드 맥주만이 전국에 걸쳐 상권을 잡고 있는 게 아니라, 각 고장에서 나는, 그것도 한 두가지가 아닌 맥주들이 각기 다른 입맛으로 여행객의 입을 즐겁게 해 주곤 한다. 특히나 야외에 즐비하게 .. 2009.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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