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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3

겨울, 그리고 우울한 이야기들 아이들의 대부분은 어떤 계절을 좋아할까요? 제 아이들은 겨울이 좋다고 합니다. 작년에 그 혹독한 추위를 맛보고도 여전히 겨울이 좋다고 하는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하더군요. 눈이 내리니 좋다고 합니다. 학교 뒷마당 주변에 숲이 있는데, 작년 겨울에 아이들은 그 비탈진 곳의 얼음판 위에서 친구들과 함께 바지째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놀이를 하며 놀곤 했습니다. 바지가 젖고 진흙이 묻어도 아이들의 놀이는 그칠 줄 몰랐습니다. 그런 아이들과 반대로, 어른인 저는 이번 겨울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독일 와서 건강도 안 좋아진 것 같고, 가장 큰 여파는 피부에 나타나더군요. 피부가 몰라보게 거칠어 졌습니다. 추위때문일 수도 있고, 이 지역의 물 때문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도 드는데, 어쨌거나 독일에 와서 갑.. 2009. 10. 26.
안개를 좋아하십니까? 당신은 한국인! 제목이 너무 단정적이지요? 그러나 한국인에게 안개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좀더 긍정적으로 비춰지는 것 같습니다. '안개'라는 단어를 들으면, '신비로움' 내지 '가려진 아름다움' 같은 게 느껴지지 않으습니까? 이번 말고 예전에 독일에 있을 때, 독일에 있으면서도 독일인 친구보다는 외국인 친구들을 더 많이 사귀었습니다. 독일 사람들이 친구하기에 그리 쉬운 성격들이 아니라, 외국인들과 섞여 있으면 그 중 친하게 되는 이들은 주로 같은 동양쪽 친구들, 아니면 이탈리아나 스페인쪽 친구들이 되곤 했습니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친구들은 이상하게 서양인이면서도 우리와 교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다만 안개가 잔뜩 낀 날이면 그들의 표정까지 어두워지곤 했던 게 다르다면 조금 달랐지요. 안개 낀 날 그들의.. 2009. 9. 23.
내게도 할머니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릴적 언젠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세월이 빨리 빨리 흘러, 내가 빨리 할머니가 되어버리면 좋겠단 생각이요. 그때는 노년의 슬픔이 뭔지 잘 몰랐고, 주름이 뭔지 몰랐으며, 뻣뻣해진 다리에 가해지는 고통이 뭔지 잘 몰랐습니다. 지금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요. 마치 인생이 인고의 바다인양, 빨리 빨리 세월이 흘러가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인데, 놀라운 것은, 저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을 살아오며 여러번 만났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노년을 맞이하고 나면 대체 뭐가 더 나을 것 같았는지 구체적으로는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대체 왜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인지, 혹시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시는 분 있으십니까? 며칠 전, 시내에 볼일을 보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기다리다 겪은 작은 일입니다. 버스는.. 2009.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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