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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2

눈비, 얼음비 내린 날, '바람의 집'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정류장 칸막이 안으로 들어온다. 그러더니 안면이 있던 분인지, 내 옆에 있던 다른 할머니와 이야길 시작한다. "이런 눈비(Schneeregen)에 어디 가세요?" "눈비가 아니라 얼음비(Eisregen)여!" "그렇네, 얼음비네, 날씨 한번 참 궂지요?" 나도 멋모르고 나왔다가 이 황당한 얼음비 때문에 방금 전까지 마치 그 할머니들이랑 연배나 되는 양, 바닥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미끄러지지 않으려 온 몸에다 힘이란 힘은 다 주고 걸어온 터다. 미끄럽고도 질척질척한 감촉이 발 밑에서 내 정신마저 혼미하게 만든다. 차가운 얼음비에다, 귓전을 요란스레 맴돌며 옷깃을 비집고 들어오는 칼바람까지 겹쳐서 한 달간의 한파가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는 일기예보에도 그저 아리송하기만 .. 2009. 1. 24.
바람의 집 등교하는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길가에 서 있던 온도를 표시하는 전광시계를 보니, 온도가 영하 13도다. 아침 기온이라고는 해도, 낮 또한 영하 10도 이하에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요즘의 날씨는 가히 살을 에인다는 표현에나 걸맞을 듯 싶다. 어느 지방은 영하 25도 까지 내려갔다고 하니, 그나마 더 따뜻한 지방에 살고 있는 걸 감사해야 할 판이다. 바람의 집... 바로 우리집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혹한에 우리집에서는 때때로 윙윙거리는 소리가 하루 종일 귓전을 맴돈다. 가장 큰 이유는 창문이 들려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창문이 꼭 들어맞질 않는다. 게다가 벽에서도 바람이 새어나오는 걸 보면 애초에 지어질 때부터 뭔가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 사실 이 집은 내가 독일에 들어오기 전.. 2009.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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