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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3

영화 '어느 가족' - 아름다운 사람, 키키 키린 여배우 키키 키린을 영화에서 처음 본 것은 에서다. 단팥빵에 들어갈 단팥을 정성스레 고던 그녀의 모습이 영화 속 배경인 벚꽃 풍경과 함께 기억에 남아 있다. 그녀가 깊이 인상에 남는 이유는, 영화마다 소녀 같은 해맑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듯한 그녀 특유의 달관한 표정들. 에서는 정성스런 단팥을 만들던 그녀가, 병으로 인해 결국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녀가 하고 있었던 것은 연기이기도 했지만, 더불어 현실이 아니었을까 생각도 든다. 그로부터 몇년 후 그녀가 실제로 암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지난번 두 번에 걸쳐 을 포스팅 했다. 키키 키린.. 2021. 1. 16.
할머니라는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집어든 케잌 며칠 전 마트에 갔다가 케잌을 하나 사오게 되었습니다. 빵이나 케잌을 사려던 게 아니었는데, 누군가가 집어 가져가는 걸 보고는, 나도 모르게 따라서 그것을 카트에 넣고 말았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누군가가 고른 그 케잌을 우연히 보게 되었던 것이, 봉지에 적힌 '할머니(Oma)'라는 말에 순간 정신이 팔려 나도 모르게 카트에 넣어버린 것이었습니다.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아니었는데, '할머니의 낲쿠헨(Oma's Napfkuchen: 사발 모양의 틀에 반죽을 담아 오븐에 구워낸 카스테라 종류)'이란 한 마디에 그렇게 하고 말았던 것이죠. 서양에서도 할머니는 한없이 좋은 존재인 것만 같습니다. 어쩌면 나로 하여금 이 케잌을 사게 만들었던 마트에서의 그 사람도, 나와 똑같이 '할머니'란 단어에 맘이 약해졌.. 2009. 10. 8.
내게도 할머니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릴적 언젠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세월이 빨리 빨리 흘러, 내가 빨리 할머니가 되어버리면 좋겠단 생각이요. 그때는 노년의 슬픔이 뭔지 잘 몰랐고, 주름이 뭔지 몰랐으며, 뻣뻣해진 다리에 가해지는 고통이 뭔지 잘 몰랐습니다. 지금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요. 마치 인생이 인고의 바다인양, 빨리 빨리 세월이 흘러가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인데, 놀라운 것은, 저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을 살아오며 여러번 만났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노년을 맞이하고 나면 대체 뭐가 더 나을 것 같았는지 구체적으로는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대체 왜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인지, 혹시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시는 분 있으십니까? 며칠 전, 시내에 볼일을 보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기다리다 겪은 작은 일입니다. 버스는.. 2009.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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