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 어디선가 느껴져 오는 익숙한 향기를 따라가다 보니 아까시나무가 군락을 이룬 곳에 다다랐다. 오뉴월 실바람에 묻어오는 그 향기 따라갔다가 오랜만에 아까시나무 꽃들도 보았다. 예전에 흔히 보던 나무였는데, 몇 년 만에야 이 꽃을 본다.
아까시나무 향기 가득한 숲길에서
아까시나무
장미목의 콩과 식물
북아프리카 원산
개화시기: 5월
특징:
여러개의 흰색 꽃이 꽃대에 주렁주렁 모여 핀다.
꽃이 지고나면 꼬투리열매가 자라기 시작한다.
9~10월경 꼬투리 열매는 갈색으로 변하고, 속을 벌려보면 씨앗이 들어 있다.
아까시나무에서는 많은 꿀을 채취할 수 있다.
꽃과 잎도 식용으로 먹거나 차로 이용할 수 있다.
아까시나무 목재는 뒤틀림이 적고 단단할 뿐 아니라 모양도 예뻐서 가구로도 쓰인다.
알려졌다시피, 아까시나무는 흔히 '아카시아'라고 칭하는 나무의 올바른 명칭이다. 아까시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풍경을 본 것은 오래전 수학여행길에서였다. 여중생들을 태우고 창문들이 모두 열린 채로 달리던 버스는 아까시나무가 가로수로 심겨진 길을 달렸다. 시외버스 창문을 열고닫을 수 있던 오래전.
양쪽 창으로 들어오는 진한 아까시 향기를 맡으며, 송알송알 하얗게 매달려 있던 아까시꽃을 만지려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으로 손을 내밀며 아우성이었다. 기사아저씨에게 혼도 나고, 그래도 생전 처음 보는 아까시꽃 터널의 그 혼미한 향기와 그날의 아득한 기억이 아까시꽃이 필 때마다 뇌리에서 되살아난다.
그 이후로는 그 정도 아까시나무가 핀 길을 지나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아까시꽃이 필 무렵이 되면 일부러 찾아보고, 그 향기를 맡아보려 후각신경을 있는 대로 집중해야만 할 정도였는데, 이번에 어느 길에서 아까시 향기가 진하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두리번거리게 됐다. 아까시나무가 무리지어 꽃을 피우고 있었다.
꽃은 하얀 색으로, 꽃잎이 도톰하고 윤기가 흐른다. 이 꽃이 지고 나면 꼬투리열매가 자라고 가을이 되면 꼬투리 색이 갈색으로 마른다. 아까시 가지를 꺾어다가 한 잎 한 잎 따던 기억도 있는데, 어떤 소원을 염두에 두고 잎을 땄는지... 그때의 기억은 너무나 아득하다.
아까시꽃이 지고 나면 여름이다.
아까시 향기와 함께 사라져갈 올해의 봄이다.
'하루 또 하루.. > 시간을 거슬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흥IC를 지나며.. 기흥TG 옛 요금소를 떠올리다 (0) | 2023.08.14 |
---|---|
꽃가루 속에 피어난 이름 모를 풀꽃을 보며 (0) | 2023.05.02 |
2009년 DAUM 메인, 그 시절 방문자수는? (2) | 2023.04.15 |
석류 보며 남동생 생각 (0) | 2023.01.27 |
못난이 다관을 보며.. (0) | 2022.12.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