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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한라봉이 제철이다. 선명한 초록 꼭지 째로 새콤달콤 풋풋한 향기를 내뿜던 한라봉은, 바닥에 있는 녀석들부터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물러져갔다. 귤 정도는 갈 거라 생각했는데 절대 아니다. 그나마 그 새콤달콤한 맛에 빠져 절반 정도는 싱싱할 때 얼른 먹었으니 다행이다. 나머지 절반에서 다시 반 정도는 많이 물러져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아깝지만 버리고 나머지만으로 한라봉청을 만들어 보았다.

 

 

氷砂糖(빙사탕: 코오리자토오)... 이럴 걸 미리 알고나 그랬던 것처럼, 얼마 전 일본에 갔을 때 이 비장의 무기(?)를 사왔다. 때마침 그때 이게 슈퍼 한쪽에 가득 놓여 있었다. '빙사탕'이라는 이 물건에 대해서는 그때까지 아는 바가 없었는데, 그냥 지나치기에 왠지 범상치 않아 보여서 잠깐 폰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빙사탕'은 우리나라에서 '빙당'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는 얼음설탕이었다.

 

과실주, 차, 각종 요리에 당원으로 두루 쓰인다는데, 우리나라에서 매실청 담듯이 일본에서도 뭘 담는 철인지, 매대 가득 종류별로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기에 저절로 관심이 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빙당으로 과일청을 담는 사람들이 꽤 다. 설탕보다 녹는 속도가 느려서 과일청이 더 맛있게 숙성된다고 한다. 

 

 

유리병 크기가 애매하기에 잼 담았던 병까지 비웠는데, 그래도 남을 것 같긴 하다. '빙사탕'이란 이름처럼, 빙당의 모습은 흡사 사탕을 보는 듯 하다. 일반 가루설탕은 하나도 가미하지 않았는데, 이게 진짜 제대로 될 지 궁금하다.

 

 

숙성시키기 위해 평소 즐겨 마시는 녹차랑 국화차 곁에 두었다. 마음이 그득하니 바라만 봐도 좋다. 이제는 한라봉이 물러질까봐 그 아까운 걸 허겁지겁 억지로 까먹을 필요도 없다.  

 

 

면세 받았던 품목들은 공항에서 영수증을 제출해버려서 없는데, 이건 슈퍼에서 자잘하게 샀던 거라서 다행히 영수증이 남아 있다. 빙당의 가격이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빙사탕 크리스탈 200g, 128엔'이라고 쓰여 있다. 1300원 정도의 가격이니 그리 비싸지도 않다. 얼음이란 표현을 넘어 심지어 "크리스탈" 이라니... 진짜 크리스탈이 억울해 울고 갈 판이다.

 

 

사진 왼쪽은 15시간 지났을 때의 모습인데, 그새 물이 많이 나오고 색깔도 진해졌다. 아직 빙당은 거의 안 녹은 상태다. 오른쪽 두 개의 사진은 하루가 지난 후인데, 찬찬히 보면 아직도 빙당의 모습이 남아 있다.

 

일본 빙당으로 담은 한라봉청은 이제 냉장고로 들어갔다. 냉장고에서 한동안 더 숙성을 거친 후, 따뜻한 한 모금의 차로 언젠가 향기로움을 다시 선사할 것이다. 또 다른 언젠가는 얼음조각을 띄워 시원한 한라봉차로 내 갈증을 씻어줄 날도 있을 테고... 상상만으로도 향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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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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