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물고 싶은 삶을 찾아서 :: 머물고 싶은 삶을 찾아서 (4 Page)

혼행(=혼여, 혼자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럿이서 우르르 몰려다니는 여행을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과 여유로움을 갖고 싶은 이유에서다. 서로의 동선을 고려해야 하고 서로의 사정을 감안해야 하고, 때로는 자잘한 비용 충돌도 일어나고... 여럿이 다니는 것이 불편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일행 중 한 명에게 사정이라도 생겨 속수무책으로 기다려야만 한다면 기대했던 여행이 지옥으로 바뀔 수도 있다.

 

만날 때마다 늦곤 하는 친구는 여행지라고 다르지 않다. 더 참을 수 없는 건 변명이다. 그 때문에 소원해진 친구가 실제 내게도 있다. 벼르고 벼르던 프랑스 파리 여행이었는데, 친구를 기다리느라 길바닥에서 두 시간 이상을 그냥 보내고나니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 내게 친구는 내내 서운함을 내비치다가 결국 멀어지고 말았다. 

 

여행이든 쇼핑이든 나는 혼자가 좋다. 언제부턴가 아이들을 달고 다니는 엄마가 되어버렸지만, 이제 거기서 벗어날 나이가 되고 보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런 면에서는 지금의 나이가 반갑기까지 하다.

 

 

최근에 아이들과 함께 일본 오사카 여행을 다녀왔다. 대딩, 고딩 다 커버린 애들이라 역시나 나와는 많이 달랐다. 고즈넉한 도시들 위주로 찬찬히 마음에 담고 싶었던 나와, 유니버설 스튜디오나 들썩이는 난바, 도톤보리에 더 관심이 많은 한창때 아이들... 심지어 걷는 속도까지도 서로 달랐다.

 

"엄마, 쫌만 빨리 걸으면 안 돼요?" 

하는 작은녀석 유노의 말에서 답답함이 묻어났다.

 

다름을 알아챈 순간 그 해결책으로 '따로 다니기'를 애들에게 제안했다. 다행히 와이파이 유심도 두 개를 사서 그 중 하나가 내게 있었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넉넉하게 용돈을 주고 톡으로만 행선지를 서로 공유했다. 돌아다니다가 만날 만한 거리면 함께 식사도 하고, 여의치 않으면 저녁에 숙소에서만 서로 얼굴을 보았다. 

 

아이들은 빨리 빨리 이동해 원하는 곳에 가서 놀고 맛집도 가고, 피곤하면 숙소에서 게으름을 피우고도 싶어 했다. 다리를 질질 끌고라도 밤늦게까지 돌아다니는 나와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같은 장소인데 따로따로 다니다 보니, 나와 아이들이 찍은 사진도 다른 시각에 각각 찍혔다.

 

혼자 여기저기 걷다 보니 오랜만에 맑은 공기를 접했을 때처럼 가슴 속 깊이 맘껏 숨이 들이켜졌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 하나의 점으로 섞여, 사람도 보고 자연도 보고, 어디든 내 맘대로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어 좋았다. 길을 가다 헤매도 왜 그쪽으로 갔느냐 할 사람도 없고, 기념품 가게에서 넋을 잃고 있어도 잡아끌 이도 없다. 나무들이 부딪혀 서걱이는 소리를 들으려 멈춰도, 어서 가자고 늦었다고 할 사람도 없고, 비가 와도 갈 길을 서두를 필요도 없다. 요새 폰은 셀카도 가능해서 예전처럼 다른 이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 부탁할 일도 없다.

 

혼자만의 여행, 혼자라서 더 좋을 수 있다. 다른 이들과 함께 가더라도, 혼행이 아쉽다면 떠나기 전에 미리, 최대한 서운하지 않도록 양해를 구해두어도 좋을 것 같다. 따로 또 같이... 누군가와 함께 간 여행일지라도 때로 혼자가 되어보는 일...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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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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