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뉴스를 듣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ums Leben gekommen'.
Leben(생, 인생) /
gekommen(kommen의 과거분사형: 영어의 come처럼 '오다', 때로는 '가다'의 뜻)
이 말은 관용적으로 쓰여 '사망했다'란 뜻이다. 그러나 이런 관용적 표현을 모르는 사람은 '인생으로 오다', 또는 '생을 향해 가다' 등의 엉뚱한 해석으로 내용을 잘못 알게 될 것이다. 'ums Leben gekommen'은 우리말 '돌아가(셨)다'를 연상시킨다.
'코미디언 구봉서씨가 노환으로 별세했다.'에서 '별세'란 말 그대로 세상과 이별하는 것이다. 즉 죽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경우, '죽었다'나 '사망했다'라는 표현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상대가 대중에게 잘 알려진 사람이고, 더군다나 나이가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말로, '운명하다', '작고하다' 등의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죽음'과 관련, '타계'나 '승하', '서거' 등의 표현도 있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으로 지위가 아주 높은 경우에 한해 사용하는 말이다. 같은 죽음을 두고도, 경우에 따라서는 '목숨을 끊다', '세상을 버리다', '세상을 등지다' 등의 표현을 쓸 때도 있다. '죽음'과 관련된 우리말 표현, 참 많다.
'유명을 달리하다'라는 표현도 있다. '유명'은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이르는 말이다. '유(幽)'는 '유령'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즉 저 세상, 죽은 자들의 세계을 뜻한다. 반대로 '명(明)'은 이 세상, 현세를 뜻한다. 그로므로, 이 표현은 '이 세상 사람이 저 세상으로 감', 즉 이 또한 '죽음'을 뜻한다.
독일어에도 이 세상(이승)과 저 세상(저승)의 개념은 있다. diesseits(디스자이츠: 이쪽편, 이승, 현세)와 jenseits(옌자이츠: 저쪽편, 저승, 피안의 세계)가 그것이다. 수많은 작가나 예술인들이 동경했던 것이 'jenseits'이기도 했으니, 물질이 지배하고 온갖 욕심으로 가득한 'diesseits'를 언젠가 때가 되면 떠나, 피안의 세계를 향하는 죽음에도 슬퍼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일은 어느 한 사람만의 일이 아니다. 돌아가기까지 인구에 회자될 좋은 삶을 누렸다면 그가 바로 행복한 사람이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독재'와 '엄숙주의'로 점철된 시대에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게 한 이였으니, 돌아가는 삶이 그리 슬프지만은 않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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