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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마음을 담아41

짱짱해서 좋겠어요 짱짱해서 좋겠어요버스가 급브레이크를 잡은 순간 곁에 있던 할머니가 내 팔을 붙든다 그런가 싶더니 매달린다 아파도 참는다 넘어지시기라도 하면 무섭다 점차 비틀어 꼬집다시피 틀어잡는다 순식간의 고통에 괴롭다 한 마디 할까 뿌리쳐버릴까 너무 아파서 짧은 순간 이런 생각을 한다 그래도 참는다 둘이서 바닥에 나뒹굴 판이다 그럼 안 돼 , 안 돼 손잡이를 꽉 틀어쥔다 "내가 그래도 아직은 짱짱해!" 겨우 중심을 잡은 할머니가 사람들을 향해 외친다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무안했던 것인가 기괴한 폼으로 엉거주춤손잡이와 할머니 사이에 필사적으로 매달려 있지 않아도 됐을 이 사람 한 마디 튀어나오려 한다 미안하다고 하셔야 하지 않나요?애써 외면한 채 서 있는 그분을 무시하기로 했다 말은 해야 맛이라는데 그래,.. 2025. 1. 5.
딱 한 번 새끼줄 꼰 날 딱 한 번 새끼줄 꼰 날  눈이 가물가물 침침한 등불 아래 할배할매 새끼줄 꼰다 할부지 뭐해? 어린것이 잠이 그리 얕아서야  나도 해볼래 부시시 이불을 걷고 지푸라기 끌어다 꼬아본다 딱 한 번 새끼줄 꼰 날  왼손은 몸 쪽으로 오른손은 바깥 쪽으로 양손을 비비며 할배할매 따라 꼬아본 새끼줄 어린 손이 빚자 오른쪽 지푸라기만 꼬인다 왼손 힘이 부족해 왼쪽은 직선인 채로  가지런한 새끼줄 위에 굵기마저 엉성한 미운 새끼줄이 놓인다  잘한다 잘한다 우리 새끼 얼굴 들여다보며 미소 짓던 할배할매  마루 끝 볏단 옆에 새끼줄 그러모아 걸어두고 까무룩 그만 잠이 든다  나는 안다 볏단 옆 새끼줄 걸어진 곳 후미진 그늘 술 먹는 것도 속상한데 걸핏하면 손주 과자까지 사들고 와 할매 싫은소리 듣지 않으려 할배가 감춰둔.. 2024. 12. 29.
기차가 지나는 길목 기차가 지나는 길목 얼어붙은 창 습기로 번득이는 풍경에 휴지 한 장 꺼내 유리를 문질러본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도록 휴지를 밀며 써 보는 글씨 썼다가 덮고 다시 썼다가 덮는 이름 세월보다 느린 기차를 타고 세월을 거슬러 가다 보면 다다르게 되는 하나의 점 기차는 네가 있던 거리를 지난다 가는 길마다 되짚게 되는 그날의 기억들 어느 여름날 너의 팔을 스칠 때의 낯선 두 떨림 기차는 또 지나고 그때의 길은 지금의 길이 되어 어디가 어딘지 여기가 거긴지 장님처럼 길을 더듬는데 플랫폼 지날 때 그때가 끝인걸 우린 왜 알지 못했을까 오늘도 기차는 그 길을 지나고나는 본다 길 어디엔가 그때의 너 2024. 12. 22.
솔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솔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바람이 휘릭 지나가니네가 후드득 열매를 떨구더라 그래 들어보았다 도로록한기를 머금은 보도블록을동그랗게 구르는 소리 천연가습기라나, 너의 그 열매들바구니에 담아 물을 뿌려두면 습도 유지에 매우 좋다지 여남은 개 줍다가그 생각이 나서 풀숲까지 헤쳐본다 메마른 풀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너, 너, 너. 고이 담아 분무하니역시나 산란하는 푸르고 차가운 향기 열매들의 근원은 본디 솔이니 얼마나 갈까 당글지게 박힌 그 비늘들얼마나 갈까 금세 사라지지 않는 진한 그 향은 2024. 12. 15.
길에서 만난 어떤 미소 길에서 만난 어떤 미소 신호를 받아 브레이크를 밟는다 바로 그때 보도 위를 달려가던 아이 하나가뒤를 돌아 누군가를 보며 까르르 웃는다잡아봐라 하는듯 아이는 웃는데 내 눈에는 눈물이 아이의 미소가 닮았다까불거리며 저런 미소 던지던지금은 의젓한 청년이 되어버린 나의 아이들 다시는 저런 때가 안 오겠지 공연한 눈물이 번지는데 신호가 바뀐다  룸미러에 비치는 세월이란 놈자꾸만 가져가기만 하는 무정한 놈 2024.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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