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하루 또 하루../시간을 거슬러39 금 간 머그를 보며.. 누구에게나 기억 속에 지울 수 없는 사람이 있듯이, 버리기 힘든 물건들도 있다. 그런 물건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벼르고 벼르다가 장만한 물건들도 의미 있지만, 함께 해온 시간들이 소중해서 세월가도 버리기 힘든 물건도 있다. 금 간 머그잔을 앞에 두고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금 간 머그를 보며.. Damit es alle wissen :Ich war schon mal in Bad Neustadt / Saale이걸로 모두가 알게 되겠지,내가 바트 노이슈타트에 다녀왔다는걸 머그에 적힌 문구만으로도 여행지에서 산 기념품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문구와는 달리, 이 머그를 보고 내가 노이슈타트에 다녀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는 한 번도 노이슈타트에 다녀오지 않았다. 이 머그는 아.. 2021. 8. 6. 제부도 황당 납치 사건, 제부도 물때 시간 , 아주 오래전 방송했던 어느 TV 단막극의 제목이다. 나는 제부도를 그 단막극을 통해 처음 접했다. 이제는 웬만하면 다 아는 섬이 되었지만, 그때는 제부도가 유명세를 타기 전이라, TV를 보면서도 바닷길이 열린다는 그 섬이 당연히 가상의 섬일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제부도, 황당 납치 사건하루에 두 번씩 바닷길이 열려 '모세의 기적'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섬 제부도. 오래 전 TV로 라는 제목의 단막극을 보았는데, 그 단막극의 내용도 제부도의 그런 점을 모티브로 했다. 어쨌거나 제부도는 바닷길이 닫히면 꼼짝없이 갇혀버리는 섬이니, 알고 보면 이런저런 사연들이 가득한 장소일 거라 생각된다. 그 당시 20대였던 나는 업무차 직장 상사의 차에 탔다가 황당 납치를 당했다. 어딜 가는지 알리지도 않고 계속 .. 2021. 6. 19. 매운탕 보며 떠오르는 기억 매운탕 보며 떠오르는 기억매운탕을 주문했다. 매운탕 뚝배기가 불판에 얹히고 미나리 향이 더 강렬해지니 어떤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뵌 지가 오래된 외삼촌과의 추억이다. 어릴 적에 잠깐 외가에 살 때 나는 삼촌을 졸졸 따라다녔다. 삼촌이라고는 해도 나와 열 살 차이도 나지 않는 삼촌이다 삼촌은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는 나를 데려가지 않았지만 붕어 잡으러 갈 때는 따라오게 내버려두었다. 삼촌을 따라가는 길에 꽃도 따먹고 우산풀 따서 우산도 만들고 풀피리도 불었다. 삼촌이 그물로 물고기를 잡을 때면 옆에서 물고기들을 구경하며 놀았다. 맨들맨들한 돌들이 바닥에 깔린 냇가에서 물에 반사되는 햇살의 일렁임을 보는 게 좋았다. 그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의 유연한 몸놀림도 재미있었다. "삼촌 이게 뭐야?" 발등에 .. 2021. 4. 26. 친구가 몰래 찍어준 귀한 순간 친구가 몰래 찍어준 귀한 순간20년도 더 된 오래된 사진들 중에 친구가 나 몰래 찍어준 사진이 있다. 독일에서 공부하던 때였는데, 그때 나는 어느 베지테리안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곳은 날마다 메뉴가 바뀌는 간이식당이었는데, 뷔페에서 흔히 보는 커다랗고 네모난 스테인리스 트레이에서 손님들의 주문대로 음식을 덜어서 담아주는 게 그때 내가 하던 일이었다. 먹고 갈지 테이크아웃할지, 원하는 소스, 원하는 부위 등을 묻고 난 다음 손님들의 주문에 맞춰 음식을 덜어주었다. 날마다 메뉴가 바뀌었기 때문에 재료가 뭔지 알아야 해서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랑 이야기 할 일도 많았다. 덕분에 웬만한 서양 식단과 소스 종류는 꽤 알고 있다. 때로 까칠하게, '베지테리안 식당에 계란 프라이가 웬 말이냐'고 쓴.. 2021. 4. 9. 도장, 좋은 도장 요새 이런 가게 보기가 힘들어졌다. 도장도 파고, 명함이나 각종 스티커, 청첩장, 상패 등을 만들어주는 곳이다. 그렇지 않아도 운영이 어려워 사라져 가던 업종인데, 이번 전염병 사태는 또 다른 파장이었을 거라 생각된다. 다른 제품도 그렇지만, 특히 도장은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더 싼 가격에 디자인도 특이한 제품들이 많다. 과거의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듯, 간판 맨 앞에 '도장'이 자리 잡고 있음에도 지금은 얼마나 찾을까 싶다. 내가 쓰고 있는 도장은 뿔 도장이다. 내것과 비슷한 것을 인터넷으로 얼른 찾아보니 만원 이하 가격에, 디자인도 많고 글씨체도 맘에 드는 걸로 손수 고를 수 있다. 굳이 특정 도장만 고집할 필요도 없다. 요즘 '신박하다'는 표현에 걸맞은 예쁜 도장들이 즐비하다. 대학 다닐 때 학교 .. 2021. 3. 28.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