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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꿈에
간밤 꿈에 수많은 검정 비닐봉지들을 들고
몽돌이 구르는 해변을 걷는 나를 보았어.
앞서 가던 엄마의 짐을 대신 치켜들고 따라가는 나의 모습이었지.
엄마를 만나는 날에는 그런 모습일 때가 많아.
길 가다가 엄마가 이것 사고 저것 사다 보면 검정 비닐봉지가 주렁주렁.
늙은 엄마에게 짐을 맡길 수는 없잖아.
사실 좀 귀찮을 때가 많긴 해.
꿈에서 뭔가 담긴 비닐봉지를 엄마가 하나 더 내밀더군.
마음에 살짝 얹히는 미운 감정 하나.
짐의 무게보다 마음의 무게가 더 컸다고나 할까.
"엄마, 나 무거워!"
소리치며 한껏 짜증 내는 나를 두고
서운함이 가득 눈물마저 맺히는 엄마의 눈.
공연히 더 어깃장을 부리고 싶더라고.
그때였어.
엄마가 눈앞에서 사라진 게.
낯선 곳에 가면 나를 놓칠세라 노심초사하던 엄마인데.
기다렸다는 듯 마음 한구석에 턱 하니 안겨지는 커다란 돌덩이 하나.
이깟 주렁주렁 비닐봉지, 돌덩이에 비하겠어.
문득 바위 뒤에 엄마의 옷자락이 보였어.
내게 안 보이려 바위 뒤에서 눈물을 닦고 있는 거야.
팔을 쫙 펴고 엄마를 안아주었지.
그 무겁다던 비닐봉지들을
양팔에다 주렁주렁 매단 채로 번쩍.
엉엉 울면서말야.
꿈에서 깬 내가 어둠 속에서 중얼거리더군.
뭐 이리 이상한 꿈이 다 있어!
근데 너무하잖아.
내게 그 짐을 다 맡길 엄마도 아닌데.
내 꿈이라고 이렇게 막 꿔도 되는 거냐고.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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