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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보..

반디앤루니스 센트럴시티점이 있던 자리 & 클림트

by 비르케 2021.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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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터미널에 마중 나갈 일이 있어서 갔다가 시간이 남으니 어느새인가 반디앤루니스 서점 쪽을 향하게 된다.

오랜 기억 속, 센트럴시티 지하 분수대 옆에 영풍문고가 있던 시절부터 만들어진 오랜 습관이다.

 

반디앤루니스 센트럴시티점 있던 자리

 

반디앤루니스 센트럴시티점이 있던 자리 & 클림트

 

멀리서 오는 고속버스는 정시에 도착하기가 힘들다. 넉넉하게 마중 나가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면 시간이 참 잘 가곤 했었는데 이제는 일찍 도착해도 마땅히 기다릴 곳이 없게 되었다. 

 

반디앤루니스 센트럴시티점이 있던 자리는 그새 다른 매장으로 탈바꿈한 뒤였다. 부도가 나서 영업이 중단됐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행여 그새 좋은 소식이 있지나 않았을까 하는 이유 모를 기대도 잠시, 아예 다른 매장으로 바뀌어버린 걸 보니 맘이 참 서운하다. 오랫동안 서점이었으니 차라리 다른 서점이었더라면 맘이 이렇게 서운하지는 않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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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센트럴시티점 있던 자리
가구 매장으로 바뀐 반디앤루니스 센트럴시티점

 

무수히 오르내리던 계단도 이제는 가구를 보러 가지 않고서는 오를 일이 없게 되었다. 이곳은 이제 책 대신, ZINUS, ND, SLOU, SIDIZ 같은 브랜드의 가구들로 채워졌다. 영풍문고도 위험하다는 설이 있는 걸로 보아 오프라인 서점은 서서히 내리막길로 사라져가는 건가 싶은 안타까움마저 든다. 

 

 

반디앤루니스 강남점

 

오른편이 책이 있던 서고였다면 왼쪽인 이곳은 책과 함께 사람도 앉아서 오래 머물수 있던 공간이었다. 계단마다 층층이 앉아서 책을 읽던 사람들은 이제 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없다. 왼편에 가려진 부분에도 책이 있었는데, 주로 외국어 관련 여행서나 수험서들이 대부분이라 가장 최근에는 여기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었다. 

 

 

반디앤루니스 센트럴시티점 있던 자리에 클림트 그림 전시회

 

책이 사라진 공간 한쪽에 금빛 찬란한 구스타프 클림트 작품을 전시 중이다. 물론 진품은 아니다. 이 공간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크림트의 그림 중 가장 잘 알려진 작품 '키스'가 조명 아래 빛난다. 

 

클림트의 그림을 보니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 1'이라는 클림트의 또 다른 작품이 불쑥 떠올랐다. 바우어 부인의 초상을 클림트가 그린 그림인데, 그 그림은 나치에 의해 약탈당했다가 종전 후 오스트리아 본국으로,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옮겨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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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도 오스트리아 사람, 바우어 부부도 오스트리아 사람이니 그 그림은 오스트리아에 있는 게 맞을 것 같은데, 미국 시민권자인 바우어 부부 조카의 반환 소송으로 미국까지 가게 되었다(바우어 부부에게는 생존한 자녀가 없었다). 그후 에스티로더가에서 사들여 현재 로더가 소유의 뉴욕 노이에 갤러리에 소장되어 있다(이 실화는 후에 영화 '우먼 인 골드(Woman in Gold)로도 만들어졌다). 

 

눈물을 머금은 채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 1'을 보내야만 했던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슬픔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책을 읽으며 수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던 수많은 '나'들의 서점은 이제 이렇게 기억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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