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캐러 가자는 엄마 따라나섰다가 처음으로 쑥을 캐봤다.
쑥은 엄마가 캐러 가자고 했지만, 쑥버무리 먹고 싶다는 한 건 나였다.
그러니 열심히 쑥 캐는 일도 거들 수밖에.
쑥 캐러 갔다가 벚꽃 엔딩, 올해 처음 쑥버무리
엄마는 열심히 쑥 캐시는 중이다.
매년 쑥이 올라오는 철이 되면 엄마는 쑥을 캐러 다니신다.
시골에서 자라놔서 이때가 되면 이런 게 좋으시다는 레퍼토리도 해마다 같다.
엄마 말에 따르면, 이렇게 한갓지고 해가 잘드는 양달에 쑥이 많다고 한다.
정말로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쑥들이 바닥에 깔려 있다.
아직 많이 어리다.
열심히 쑥 캐는 엄마 옆에서, 얼마나 캤다고 벌써 셔터질(?)이다.
작년 가을 떨어진 은행잎들이 아직도 땅 위에 누운 채 굴러다닌다.
건너편을 바라보니 벚꽃 꽃잎들이 바닥에 수를 놓았다.
예년 같으면 지금이 한창 벚꽃 절정이었을 텐데, 올해는 벚꽃이 일찍 왔다 간다.
사나흘 내린 비로 거의 떨어졌는데, 이 근방에는 아직도 화사한 몇 그루가 남아 있다.
벚꽃 계절에 자주 떠올리는 노래가 있다.
나카시마 미카의 '櫻色舞うころ'라는 제목의 노래다.
2005년에 나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벚꽃의 꽃잎이 바람에 떨어지는 모습을 '분홍색(벚꽃 색깔)이 춤을 춘다'고 표현했다.
엄마와 쑥을 캐러 나온 이 날도 분홍색 여린 벚꽃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이렇게 올해 마지막 벚꽃을 보낸다.
엄마는 삶아낸 쑥을 이렇게 고이 냉동실에 넣어두고 가셨다.
이 쑥으로 국 끓여먹으라셨다.
어릴 때는 쑥국도 먹기 싫었는데, 세월 가니 입맛도 변한다.
쑥의 쌉쌀하고 알싸한 맛과 향이 입에 착 감긴다.
뜯어와 바로 만든 쑥버무리 원없이 먹고, 나머지는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한 봉지 가져가시래도 쑥은 또 뜯으면 된다며 기어이 마다셨다.
단짠 좋아하시는 울 엄마, 단맛 안 좋아하는 딸 생각코 설탕은 빼셨다 했다.
그래도 쑥버무리는 엄마의 단짠이, 먹던 맛이라 더 낫다.
여린 쑥으로 만든 엄마표 쑥버무리 한 입, 또 한 입...
설탕 안 넣었다는데, 씹을 수록 왠지 단맛도 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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