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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한강 산책로에서 만나게 되는 것들

by 비르케 2020.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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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이란 걸, 건강을 위해 걷기운동을 하는 일쯤으로 여겼을까.

아니면 사랑하는 애견을 위한 바람 쐐주기 정도.. 반은 의무감으로.

한동안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확실한 건, 한강 주변으로 이사온 후 산책이 즐거워졌다는 점이다.

가볍게 나섰던 산책길에 뜻밖에 만남들이 있어서 더 신선하기도 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산책길에서 가장 신기했던 것은 자전거 행렬이었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밤이든 낮이든 이어지는 자전거 행렬...

그도 그럴것이, 한강변을 따라 자전거길들이 너무나도 잘 갖춰져 있다.

 

그간 사춘기 전후의 남자애들이 헬맷도 제대로 쓰지 않고 몰려다니던 것을 본 게 다였으니, 자전거 마니아들의 단련된 근육과 잘 갖춘 안전장비들이 신기하지 않으면 이상했을 터다.

 

바람을 가로지르며, 내게도 활력 한 점씩을 던지고 지나가는 듯하다.

 

 

 

 

오랜 세월 동안 개발이 제한되어 있었던 한강 주변이라 대체 뭐가 주로 살까 궁금했었다.

 

날이 추워지기 전까지 의외로 길냥이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버리거나 길을 잃은 아이들일 거라 생각된다.

검은색 고양이의 시선이 한없이 가엾게 느껴진다.

 

위에 냥이들은 둘이 똑같은 자세로 나무 둥치를 긁어대고 있었다.

고양이들이 저런 행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어서 의아했다.

 

 

 

비둘기 같은데, 주변을 둘러봐도 다른 비둘기들은 보이지 않는다.

비둘기 중에 이렇게 흰색 깃털을 가진 애들도 있지만, 얘가 비둘기가 맞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왠지 이런 곳에 비둘기가 있다는 게..

도심 한복판에서 쓰레기를 쪼아대던 그런 애는 아닌 것만 같아서 말이다.

다가가도 도망가지도 않고 나를 찬찬히 바라보기까지...

 

 

하늘이 투영된 연못

 

 

연못에 생각보다 물고기들이 많다.

수도 없이 만들어지는 동심원들이 꽤 어지럽다.

물 만난 고기.. 매우 자유로워 보이지만..

 

물속은 알 수 없다.

겉으로 잔잔해 보일지라도 그 속에서도 전쟁은 아닐지..

 

'열 길 물속을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갑자기 떠오르는 옛 속담에 웃는다.

한 길 사람 속도, 열 길 물 속도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일 듯.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 숨는 고라니

 

고라니도 보았다.

멀찍이서도 저렇듯 놀라는 걸 보면 꽤나 겁이 많은 녀석이다.

 

이 근방에서 고라니는 자주 목격된다.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지만 멀찍이서 녀석의 쫑긋한 귀를 종종 본다.

 

 

 

언젠가 산책로를 지나다가 웃긴 장면을 보았다.

이제는 쓸모 없어진 참호 속에 고라니 한 마리가 떡 하니 자리를 틀고 있더라는..

그러고보면 고라니는 역시나 참 귀엽다

 

 

 

너무 기특한 나머지 머리라도 한 번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원래 용도보다 훨씬 좋은 용도로 참호를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진 찍는 나를 유심히 보고 있는 모습이 그저 애잔하다.

 

사람만 동물을 유심히 보는 게 아니다.

동물들도 이처럼 사람을 유심히 본다.

사진을 찍으려 폰을 들이대는 모습은 이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지나는 사람들을 무심히 지켜보고 있는 또 한 동물,

은빛이랄까, 청회색이랄까 무척 고급스런 날개를 가진 새다.

거의 1미터 정도의 커다란 몸집..

 

집에 돌아와 별별 검색어를 총동원한 끝에 새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왜가리'였다.

 

참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정작 보게 된 건 처음이라니...

 

사람이 다가가는데도 전혀 미동도 없이 옆 눈으로만 살짝 보다가,

결국 고고한 자태로 갈 길을 가는 왜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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