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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히든 페이스, 사랑을 시험하다 - 스페인 스릴러 영화

by 비르케 2022.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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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스페인 영화를 보았다. 제목이 '히든 페이스(The Hidden Face)'다. 프시케 신화의 교훈처럼 사랑과 불신은 애초에 공존하기 힘든 것인가, 사랑을 시험해 보라는 조언을 그대로 실천한 대가는 혹독하다. 사랑의 실체는 더 가혹하다.

 

히든 페이스, 사랑을 시험하다 - 스페인 스릴러 영화

 

감독: 안드레 바이즈(Andres Baiz)

원제: La cara oculta/ The Hidden Face

제작: 2011년

관람 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

출연진: 클라라 라고(벨렌), 마르티나 가르시아(파비아나), 킴 구티에레즈(아드리안) 등

러닝타임: 97분

 

안녕 아드리안... 나 떠나. 날 찾지 마. 너무 미워하지도 말고.

 

히든 페이스, 벨렌이 떠나고

 

벨렌이 이별을 통보하는 영상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아드리안은 믿을 수가 없다. 그가 콜롬비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발탁되어 이곳 보고타에 오게 됐을 때, 스페인에서의 모든 것을 접고 따라와 주었던 벨렌이었다. 

 

아드리안은 너무도 절망한 나머지 술에만 의지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챙겨주는 술집 직원 파비아나에게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연다. 시간은 흘러 사라진 벨렌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고, 아드리안은 담담한 마음으로 수사에 임한다. 

 

 

 

 

이야기는 과거로 거슬러올라가, 벨렌이 사라지기 직전 이 집에 있었던 일들이 펼쳐진다. 처음 보고타에 왔을 때 벨렌은 일 년간 두 사람이 머물 집을 찾아 이 집에 첫발을 디뎠다. 집주인 엠마는 나이 지긋한 독일 여성으로, 그녀 또한 오래전에 남편을 따라 보고타에 왔다고 말한다. 이제 이 집을 세 놓고 엠마는 고국인 독일로 돌아가려는 중이다.

 

벨렌이 이상한 메시지를 남기고 사라진 데는 엠마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 최근 아드리안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느낀 벨렌은 누굴 잡고 말할 데가 없어 엠마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게 된다. 모든 걸 버리고 왔는데 잘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착잡해하는 벨렌에게, 엠마는 아드리안을 시험해보라고 한다. 그러면서 집안에 마련된 비밀스러운 공간을 알려준다. 

 

집이라는 공간 안에 있는 또 다른 비밀 공간, 그곳은 엠마의 남편이 만든 비밀 벙커였다. 안에서는 밖이 보이지만 밖에서는 거울로 보인다. 강화유리에 방탄 거울, 그리고 안에서의 그 어떤 소리도 완벽하게 차단된 공간이다. 대신 밖에서의 소리는 확성기를 통해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정확히 들을 수 있다.

 

 

히든 페이스, 벙커에 갇힌 베렌

 

자신이 사라져 버렸을 때 아드리안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까지가 벨렌이 알고 싶은 부분이었다. 더 오래 이곳에 있을 필요도 없이, 적절한 시점에 장난처럼 "짠"하고 나타나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단순한 계획에 갑자기 차질이 생겼다. 벙커에 갇혀버린 것이다.

 

뒤늦게야 엠마의 남편이 왜 이 공간을 만들었는지 의문이 풀린다. 옷장에 있는 나치 제복... 엠마는 남편을 엔지니어로 소개했지만 아마도 군대에서 무기나 시설을 만드는 엔지니어였던 것 같다. 2차 대전이 끝나고 나치 숙청이 시작되면서 엠마의 남편은 이 비밀 공간 속에서 죽을 때까지 '세상에 없는 사람'으로 숨어 지냈던 것이다. 

 

 

벙커 안에는 다행히 비상시를 위해 마련해둔 통조림이 가득하다. 몇십 년이 지나는 동안 유통기한은 다 지났을 테지만 연명에는 도움이 된다. 자가발전기도 있어서 침침하긴 해도 전기도 쓸 수 있다. 하지만 벙커의 주인이 죽은 이후 오랫동안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던 이 공간은 잠시도 있기 어려울 정도로 답답하고 너저분하다. 

 

 

 

처음에 언급했다시피, 영화의 전개는 보고타에 온 아드리안과 밸런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파비아나라는 새로운 여인의 등장에서 비롯된다. 아드리안은 벨렌이 떠났다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파비아나와 사랑을 키워간다.

 

자신의 눈앞에 펼쳐지는 아드리안과 파비아나의 사랑에 절규하던 시간도 잠시, 이제 벨렌은 이 끔찍한 공간에서 나가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자신이 여기 있음을 알리려 온갖 방법을 동원하지만 벙커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밖에서는 하나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벨렌은 이제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이 신호들을 누군가 감지한다. 

 

 

히든 페이스(The Hidden Face) 예고편

 

 

 

히든 페이스, 거울을 응시하는 파비아나

 

이 장면은 많은 힌트를 담고 있다. 거울 너머의 세상을 느끼는 게 아드리안과 파비아나 중 누구인지, 그리고 뭔가를 아는데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도.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지만 차마 할 수 없는 눈빛이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오래전에 '아만테스'라는 스페인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이 두 스페인 영화 속 사랑 이야기는 뭔가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둘 다 누아르적인 요소와 미스터리, 인물들의 복잡하면서도 면밀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파비아나 역할을 맡은 마르티나 가르시아의 눈빛 연기가 볼수록 참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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