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글..

오래된 책 속의 '오래된 서적'

by 비르케 2016. 9. 23.
300x250

내 책장에는 '기형도'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이 꽂혀 있다.

 

한때는 그의 시 몇 편 정도는 외울 정도로

가까이 했던 시집이지만,

언젠가부터 갑작스레

세간에 너무 자주 오르내리고

교과서에까지 실리면서

어쩐지 조금은 시들해졌다.

 

그렇게 오래 책꽂이에만 꽂혀 있던 걸,

정말로 오랜만에 뽑아들었다.  

 

 

 

책이라면 신주 단지처럼 여기는데도,

세월이 흐르니 어쩔 수 없이

겉장이 많이 바래고

모서리도 많이 낡았다.

 

대체 언제적 책인지 살펴보니

참 오래되긴 오래되었다.

 

 

 

1990년 8쇄를 샀으니,

아무리 못 잡아도 25년은 된 책이다.

값이 2천원이다.

그때도 2천원이면 참 쌌던 것 같다.

다른 서적에 비해

이 출판사에서 시리즈로 나온 시집들이

구성도 좋았고, 가격도 저렴해서

기형도 시집 말고도 몇 권이 더 있다.

---------------------------------------

 

기형도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속에는

<오래된 서적>이라는 시가 있다.

 

 

 

젊은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곰팡이 피어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

에서

"설령 누군가에 의해

한번이라도 펼쳐졌더라도 그뿐,

모두 떠나가고야 마는"

오래된 서적 같은 그가

어쩌면 그때의 나와 비슷한 데가 있어서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책도 오래되었고,

그 속에는 또

<오래된 서적>이라는 제목의

좋은 시가 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