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두고 공주 공산성에 다녀왔다. 정체가 시작되기 전에 일찍 나선다고 나서다 보니 급기야 너무 일찍 도착하고 말았다. 어디서 시간을 보내야 하나 고민하다가, 공산성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이번 주까지 백제문화제가 열리고 있어서, 날씨는 좋지 않아도 이 작은 도시 곳곳에 새삼 활기가 느껴졌다.
공산성으로 향하는 입구인 금서루 앞에 비석들이 열을 지어 서 있다. 공주 전역에 흩어져 있던 비석들을 이곳에 한 데 모은 것이라 한다. 주로 충남감영과 공주목 관아에 비치되어 있던 비석들로, 대부분 공덕을 기리는 송덕비들이다.
금서루를 가운데 두고 남과 북으로 길이 둘로 나뉘어 있는데, 제대로 다 돌자면 날을 잡아야 해서 한 시간 전후의 짧은 코스로 돌기 위해 남쪽 길을 택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찔할 정도로 높이가 상당하다. 주차장 쪽에서 우러러 보아야 했던 금서루도 이제는 한참 아래에 있다.
추정 왕궁지. 백제의 도읍 웅진 초기의 왕궁터로 추정되는 곳이다.
진남루. 안개비가 내리다가 이곳에 접어들 때쯤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혼자 이 길을 걷자니 적잖이 스산한 감이 들었다. 숲도 울창하고 사방이 뚫려 있는 것 같아서, 내가 백제의 병사였다면 이 곳을 지키는 게 가장 무서웠을 것 같다.
진남루에서 왼쪽으로 접어드면 갈림길이 나온다. 갈림길 중 다시 왼쪽은 성 안쪽을 가로질러 밖으로 나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금강을 볼 수 있는 코스라 오른쪽 길을 선택했다.
영은사는 볼 때마다 단아하고 고즈넉한 모습이다. 오늘은 커다란 은행나무가 가을비에 열매를 많이 떨구었다. 바닥에는 지천으로 은행이 떨어져 벌써 가을 느낌에 푹 젖어 보았다.
금강을 끼고 있는 만하루와 연지의 모습. 백제문화제로 금강에는 수많은 배들이 띄워져 있다.
공북루 앞쪽에는 과거 배다리를 상징하는 듯한 가교가 놓여 있고, 빛 장식들로 가득하다. 밤이면 얼마나 많은 조명들이 금강을 수놓을지 상상만으로도 화려함이 느껴진다.
백제문화제 기간 동안 금강철교가 통제되어 철교 위에서 이런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듣자니 지난 폭우에 배들이 떠내려가 애로사항이 많았다고도 한다.
성곽길을 걷다가 굵은 비를 만나게 되어 오랜만에 비도 좀 맞았다. 공산성을 나와 문득 바라보니, 전깃줄에 맺힌 빗방울이 공산성을 배경으로 미미한 햇빛에 반짝였다. 사진으로 담아보겠다고 여러 장 찍었는데 결국 폰 카메라로는 어림도 없었던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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