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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겨울의 벚꽃-1

by 비르케 2016.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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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주말이라 할 일도 없던 참에, 오래전 보았던 드라마 ‘겨울의 벚꽃’을 포스팅 해본다. 우리나라에서는 ‘초난강’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한국을 사랑하는 일본인, ‘쿠사나기 츠요시’가 남자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다. 여주인공은 일본의 가수 겸 영화배우 ‘이마이 미키’다.

 

30대 중반의 이나바 타스쿠는 고향인 야마가타에서 병든 어머니를 모시며 열심히 살아가는 청년이다. 가까이 있는 삼촌의 유리 공방에서 유리공예품을 만들면서도, 틈틈이 집을 오가며 아픈 어머니를 정성스레 간호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마을에 모나미라는 여자가 찾아온다. 그녀는 겨울에 피는 벚꽃을 보러 일부러 먼 길을 찾아 이곳에 왔다. 혼자만의 여행에 설렘도 잠시, 소매치기를 만나 실랑이를 벌이던 과정에서 벽에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를 당한다. 이 광경을 본 타스쿠가 모나미에게 달려온다.

“괜찮으세요?”

'괜찮아요?(大丈夫 (だいじょうぶ)ですか。다이조부데스까 / 괜찮아요(大丈夫 (だいじょうぶ)です。다이조부데스', 일본 영화를 보면 참 많이 나오는 말이다. 여기서도 질릴 만큼 많이 나온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테마에 (建前, たてまえ: 본심을 알 수 없게 겉으로만 하는 부드러운 행동)'의 표상같은 말일 순 있겠지만, 역시나 부드럽고 따뜻하다.  

 

모나미는 타스쿠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지지만 머릿속에서 기억이 모두 사라지고 없다.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절도범에게 가방을 빼앗겼기에 가족에게 연락조차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여곡절 끝에 기억이 돌아올 때까지 타스쿠네 집에 묵기로 한다. 종종 되살아나는 기억의 단편들은 그저 고통스럽기만 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조차 알 수 없자 모나미는 마침내 좌절한다. 그때 타스쿠가 어딘가 갈 곳이 있다고 말한다.

 

처음 이 나무를 발견했을 때는 그저 마른 나무인줄만 알았는데, 봄이 되니 그곳에서 벚꽃이 만발했어요. 그 뒤부터 힘들 때면 늘 이곳을 찾곤 했지요."

모나미는 타스쿠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의 미소에 용기를 얻는다. 타스쿠의 집에서 지내던 어느 날, 병상에 있던 타스쿠의 어머니가 이내 눈을 감는다. 그의 어머니는 배가 다른 두 아들을 낳고 평생 돌보지 않은 채로 사랑만 찾아 떠돌았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타스쿠는 나이 들어 치매를 앓기 시작한 어머니를 자신이 맡아 간호하면서, 예전에 느끼지 못 했던 어머니의 존재를 새삼 느끼고자 했다. 어쩌면 어머니의 모성을 간절히 원했던 건지도 모른다. 어머니가 죽고나자 타스쿠는 깊은 상심에 젖는다. 

 

어느 날, 동네 경찰을 맡고 있는 친구 지로가 집에 찾아온다. 모나미의 신분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절도범이 현금만 가져가고 가방은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그걸 발견해 가져온 것이었다. '이시가와 모나미'... 그녀가 잊고 있던 이름이었다. 그녀의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단지 신분증을 되찾았다 해서 기억까지 되찾은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가족에게 연락을 해야 할지, 기억이 되살아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고민한다.

 

타스쿠가 가져다놓은 '겨울에 피는 벚꽃'

  

"가끔 떠오르는 기억의 단편들이 있는데, 예전에 내가 참 괴로웠던 것 같아요. 기억이 돌아오는 게 두려워요."

그녀의 말에, 타스쿠가 답한다.

"당신은 분명 행복한 사람이었을 거에요. 여기서의 시간들을 모두 잊어버릴 정도로..."

덧붙이는 그의 한 마디,

"만일 아니라면 여기로 돌아오면 돼요. 이 곳은 언제든 돌아와도 되는 곳이니까."

 

 

"이대로 시간이 멈춰도 좋을 것 같아요." 모나미는 깊은 생각에 잠긴다. 모나미에게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애절하게 바라보다가, "아니에요" 하고 마는 타스쿠. 어차피 떠나야 할 사람임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 도쿄에 전화를 할까 해요."

모나미가 말을 건넨다.

"그러세요."

"무슨 음식 좋아해요?"

"니쿠자가"

장을 보러 나갔다가 공중전화기 앞에 선 모나미.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딸의 음성에 별안간 기억이 한꺼번에 되돌아온다.

"코토짱?"

하며 딸의 이름도 불러본다.

그러자 불현듯 존재감 없던 가정, 그 서늘한 기운이 함께 되살아났다.

 

 

코토네에게서 아내가 돌아왔다는 연락을 받은 모나미의 남편, 그러나 그는 다른 여자와 이미 오래 전부터 사랑에 빠져 있다. 부인이 영영 안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내연녀의 말에 함께 웃던 그였다.

 

당장 데리러 오겠다는 가족들을 기다리는 모나미.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 왔다가, 장 보러 나간다는 모나미의 메모를 보고 득달같이 달려나가는 타스쿠. 그의 트럭이 멈추고 그가 내렸을 때 저 멀리에 그녀가 보인다. 그러나 가족이 함께 있다. 

 

다가갈 수도, 불러서도 안 되는 상황. 이대로 작별의 말도 하지 못 한 채로 멀어질까, 그의 눈이 흔들린다.

 

 

타스쿠를 본 모나미의 눈빛도... 그러나 이내 입 모양으로 작별인사를 보내는 모나미. 타스쿠도 무언의 작별인사를 보낸다.

 

멀어지는 두 사람이다. 맘 속으로 한없이 서로를 다독이며..

 

 

 

돌아오는 길에 타스쿠는 모나미가 두고 간 니쿠자가 재료를 가게주인에게서 받아 가져온다. 점심으로 모나미와 니쿠자가를 먹을 생각에 오전 내내 얼마나 가슴 두근거렸던가.. 그가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모나미가 병원에 있는 동안 진료를 담당했던 의사였다. 검진 결과 이상이 발견되었으니 꼭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 타스쿠의 마음은 몹시도 착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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