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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독일 선생님들이 애들을 혼내는 법

by 비르케 2009.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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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에  <폭력교사에 벨기에 경악>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떴습니다. 

작년 11월 벨기에에서 어느 교사가 14세 아이를 무자비하게 다룬 동영상이 한 학생에 의해 핸드폰으로 제작, 유포되어 파문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동영상도 동영상이지만, 학교측에서 이 동영상의 유포를 확인한 다음에도 그 교사를 이제껏 교단에 설 수 있게 했다는 게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체벌'로 인한 문제는 결코 우리나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우리의 경우에는 '스승의 고마운 매'라는 인식 때문에 이제서야 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 뿐이고, 유럽에서는 이런 사건이 터지면 고소나 신고로 까지 이어지므로 교사들이 스스로 체벌을 멀리하게 된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 뿐입니다.  

예전에야 선생님에게 맞고 오면, "맞을 짓을 했으니 맞았겠지." 하며 집에 와서도 엄마에게 또 한번
타박을 듣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디 그런가요. 게다가 반마다 핸드폰을 가진 아이들이 있다 보니 때리는 장면이 그대로 찍히게 되고, 그것이 온라인상에 유출이 되면서 문제는 급속도로 커집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또 독일에서도 원칙적으로 핸드폰은 아이들이 학교에 오기 전 집에 두고 와야 하는 물건 중 하나지요. 가지고 다니지 말아야 할 물건 중 하나이지만, 아이들은 전원만 끈 채 늘 가지고 다닙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학교가 끝나고도 바로 학원에 가야 하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가지고 다닐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구요. 그러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체벌 장면은 누군가에 의해 얼마든지 찍힐 수 있는 장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매도 들 수 없는 서양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어떻게 혼낼까요? 독일의 경우 이렇습니다.  
1학년인 작은애 선생님의 경우입니다. ↓  

1. 교실에서 쫓아내기
절대로 두 명 이상을 함께 나가게 해서 복도에서 서로 친밀감과 위로을 느끼게 하는 친절을 베풀지 않습니다. 둘을 쫓아내더라도 순서대로 한 명씩 나갔다 들어오게 합니다. 가끔씩 지나치는 시선들을 감당하며 조용한 복도에 철저히 혼자 내버려지는 것이지요. 아직 일학년 아이에게는 벌로 이 정도도 충분할 듯 합니다.    

2. 다른 반에 보내기
학교에 일학년 반은 모두 세 반인데, 그 중 작은애 반 하나만 <외국인 아이들 반>이고, 나머지 두 반은 <일반반- 독일애들과 독일어에 문제가 없는 외국인 아이들>입니다. 그러니 독일어가 힘든 아이를 벌을 주기 위해 일반반으로 보낸다는 건, "가서 쓴맛 좀 보고 와라!" 하는 거겠지요.
그렇다면 독일애들이 있는 일반반은 어찌 할까요? 상급반으로 보냅니다. 학습 내용이 다르다 보니 쓴맛을 보는 건 이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3. 제외 시키기
우리나라 교실에서 반장이 이름을 적듯이, 말썽 부린 아이들의 이름을 선생님이 그때그때 칠판 한 구석에 적습니다. 그리고는 학교가 끝나기까지 지우지 않고 있다가, 학교가 끝날 무렵, 칠판에 이름이 없는 아이들에게만 작은 선물을 줍니다. 사탕이나 초콜렛 등이지요. 그 달콤한 순간에 말썽쟁이들만 따로 제외되는 것입니다.  


3/4학년
을 한 데 모아놓은 반에 다니고 있는 큰애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큰애의 반은 원래 3/4학년 반이지만, 낙제를 해서 같은 학년을 다시 다니는 몇 명과 함께, 독일어가 너무 안 되는 덩치 큰 애들까지 한데 섞어 놓아서, 언뜻 보면 초등3학년-중학생까지를 다 모아놓은 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선생님도 애들에게 함부로 대할 수가 없지요. ↓  

1. 혹독한 훈계
문제를 일으킨 아이에게는 아주 살벌한 표정을 쏘아주던가, 아니면 선 채로 몇 분간의 혹독한 훈계를 받게 합니다. 선생님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애들에게는 그저 잔소리쯤으로 들릴 만한 훈계도 주변이 쩌렁쩌렁하게 울릴 만큼 큰소리로 하곤 하더군요. 제가 봐도 같은 말 또 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아이들은 고개를 숙이고 잘도 듣고 서 있곤 합니다. 
아참, 이런 모습은 한 번만 본 게 아닌데, 이 곳 선생님들은 엄마들이 복도에 서 있어도 신경쓰지 않고 혼낼 거 다 혼내더군요. 심지어는 학부모와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옆에서 말썽을 부리는 아이가 있으면 바로 나무랍니다. 옆에 서 있노라면 가끔씩 무척 당황스럽죠. 
며칠 전에도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한 아이가 실내에서 공을 가지고 놀고 있었지요.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선생님이, '쿵'하는 공소리를 듣고는 갑자기 그 아이를 마구 나무라기 시작합니다.      

"실내에서 누가 공 가지고 놀래!"
"다음번에도 또 이럴 거야?" --> "아니요."
"말로만 아니요, 아니요.. 그러면서 다음에도 또 이럴 거잖아?" (헉..)
"다음번에 또 걸리면 그땐 그냥 안 넘어간다!"  --> "네"

2. 제외 시키기

이 반에서는 금요일마다 늘 요리시간을 갖습니다. 만일 선생님에게 잘못 보인 아이가 있으면 선생님은 비장의 무기로 '금요일 요리시간에 참석하지 말 것'을 명합니다. 다들 지하에 있는 카페테리아에 가서 피자나 케이크 등을 만들어 즐거운 시식시간을 갖는 동안에, 참석을 금지 당한 아이는 반 아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혼자 반에 남아 있어야 합니다. 대략 두 시간 정도지요.
애들 대부분은 남자 아이든 여자 아이든 막론하고 요리를 재미있어 합니다. 게다가 요리를 마치고 나서 개인에게 분배되는 음식들도 꽤 넉넉해서 피자 두 쪽 정도는 먹고 오니, 아이들에게는 정말이지 달콤한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주중 학교 가는 마지막 날인 기분좋은 금요일, 또 마지막 시간이니 기분은 더 날아가지요. 반에 남겨진 아이의 기분은 말 안 해도 상상이 되실 겁니다.  

요즘 아이들, 예전과 달라서 선생님들도 애로사항이 많을 거라 늘 생각합니다. 
독일에 오기 전에 제가 직접 들은 어느 여중생의 말을 그대로 옮겨 봅니다. 
"학원 선생님이랑 싸웠어요. 피곤해서 잠깐 자고 있는데 깨우길래, "에이 C×!" 했는데,
선생님이 열 받아서 "너 방금 뭐라고 했어?" 하더니 막 흥분하잖아요. 큭큭"


벽돌 쌓다가 회반죽에다 아이 머리를 집어넣어 버린 벨기에의 그 선생님도 아무 이유 없이 그러진 않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체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꼭 학교 뿐이 아닙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지나친 체벌은 아이를 바로잡기보다 망치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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