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오는 길에 옥수수 트럭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장사하시는 분께 가격을 물으니 네 개에 5천 원이라 한다. 얼마인지 물어보았으니 그냥 오기도 그래서 3천 원에 두 개만 팔라고 했더니 그러라고 한다. 먹을 사람도 없고, 그냥 맛이나 보면 되었다.
고소한 옥수수를, 김이 펄펄 나는 뜨끈한 옥수수를 손에 들고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얼른 가서 맛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좋았던 감정이...
집에 와서 비닐을 벗기고 꺼내서 차마 뜨거워 입도 대지 못 한 채 간신히 한 알 뜯어 입에 넣어보고는, 바로 '아.. 이걸 어찌 먹지..', '돈 아깝다', '두 개만 사길 진짜 잘했다.' 하는 마음들이 두서없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찰옥수수는 맞는 것 같은데 완전 달고 쓰다. '단짠'이란 표현은 들어봤어도 이건 '단쓴'이다. 분명 과도한 뉴슈가 맛임에 틀림없다.
오늘 먹은 옥수수 맛을 기억한다면 이제 다시는 길에서 옥수수를 사먹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아니, 옥수수뿐 아니라 다른 길거리 음식도 마찬가지다. 옥수수든 붕어빵이든 어묵이든 예전처럼 맛있지가 않다. 입에서 살살 녹던 음식들이었는데, 이제는 좀처럼 그런 맛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사실 신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길거리 음식을 접하기가 거의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다. 그렇잖아도 공실이 넘치고 임대료가 비싼 상가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상권 지키기에 필사적이라 다들 노점상 쫓아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주민들마저 도시미관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노점상을 반기지는 않는 분위기여서 아무리 빳빳한 노점상이라도 자리를 지키기 쉽지 않다.
그래서 웃자고 이런 표현도 등장했다. '붕세권'.. 붕어빵을 살수 있는 권역을 말한다. 그렇게나 귀한 붕어빵도 막상 간신히 찾아내 먹어보면 예전과 같은 맛이 안 난다. 내 입맛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팥이나 밀가루가 예전과 다르기 때문인지는 알 수가 없다.
오늘도 나는 예전 생각에 길에서 옥수수를 사먹고 후회 중이지만, 다음에 또 길거리 음식을 먹게 될까? 그 맛을 알고 있으니 어느 길에선가 또 길거리 음식에 열광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분간은, 언제까지일지는 몰라도 길거리 음식은 안 먹게 될 것 같다. 먹고 난 다음 이런 찜찜함이 머릿속에서 다 잊혀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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