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감의 '내년 2학기까지 완전 두발 자유화 권고'가 서울 시내 중·고교에 시달되었다. '학생들의 기본 인권 존중, 활력과 개성 넘치는 학교 문화 지향'이라는 본래 취지와 별개로, 학생들을 비롯, 학부모, 학교 측의 무성한 의견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사안이다.
대부분의 중고생들은 눈에 띄는 스타일만 피했을 뿐 이미 자유로운 복장에 짙은 화장까지 한 채 등교를 하고 있고, 다소 파격적일 수 있는 각종 투블럭 스타일이나 약한 웨이브 펌까지도 학교에서 용인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완전히 뽀글거리는 펌 또는 염색 정도가 걸러지므로, 서울시 교육감이 "완전"이라는 말로 강조한 두발 자유화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학생으로서 펌이나 염색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특히 걱정하는 것은 예민한 시기의 아이들이 겪는 그 시기 특유의 동경과 모방 문화 때문이다. 모 브랜드 패딩에서 시작되어, 부모 등골 빼먹는다는 의미에서 '등골 브레이커'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더니, 지난겨울에는 롱패딩이 대세가 되면서 롱패딩 하나 끌고다니게 해주지 못 하는 부모들을 또 한번 상심케 했다. 옷 하나로 대장이 되고 노예가 되기도 한다니, '그냥 입지 마라' 라고 달래도, 춥다는 아이들의 간절함에 못 이겨 지르고 만 부모들이 아마도 적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그게 끝이 아니다. 이제 그 대상은 노트북, 시계 같은 고가품으로 까지 번져간다. 고등학생 중에는 백만 원이 넘는 고가 시계를 차고 다니는 아이들도 꽤 된다고 한다. 사실 시계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백만원 정도 상품은 우습게 된 지 오래지만, 학생 기준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나는 교복이라곤 한 번도 입어보지 못 한 사람이다. 중학교에 입학하던 해 교복 자율화, 두발 자유화가 시작되었다. 교복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두발 규제는 엄연히 존재했다. 여학생들 머리 귀밑 4센티미터 기준만 사라졌을 뿐, 단발을 제외하고는 묶거나 땋아야 했고, 남고생들도 까까머리를 면치 못 했으니 두발 자유화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귀 밑에다 자를 갖다대는 짓만 안 해도 감지덕지였고, 산발한 머리로 학교에 나타났다가는 조용히 교무실에 불려가야 했다. 어느 시골 학교 이야기가 아니라, 그래도 광역시에서 나고 자랐으니, 그 당시가 그런 때였고, 그것이 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의 전부였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서야 중고생들에게 다시 교복이 생겼다. 나로서는 교복을 입어보지 못 했고, 우리나라 전체로 보았을 때는 교복을 없앴다가 안 되겠으니 다시 제도화 했던 10년 미만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실험 기간이 지난 것이다. 사실 실험을 하려고 그런 일을 벌인 것도 당연히 아니었다. 교복에 대해 그리 연연해보지 않았으니, 왜 교복이 잠시 사라졌었는지, 왜 다시 생겼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미 그런 실험을 해보았던 전례가 있다는 점이고, 아직도 교복을 없애지 않는 것 또한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란 사실이다.
교복이 없어지면 학생들 사이에 눈으로 보여지는 빈부격차가 더 커지게 마련이다. 겉옷을 안 입어도 되는 계절에는 없던 '옷을 둘러싼 서열'이 유독 패딩에 집중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번 두발 자유화는 어떤가, 모두가 가진 머리털이라고 결코 교복의 사례와 다르지 않다. 두발 자유화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우선 요즘 TV에 등장하는 아이돌들의 헤어스타일에 주목해보길 바란다. 얼마 전까지의 금발 정도는 이제 더 이상 선망의 대상이 아니다. 기성세대가 열광하던 금색, 일명 '골드'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 그야말로 올드하고 허접한 컬러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지금의 중고생 아이들이 원하는 헤어스타일은 어떤 것일까? 비용은 얼마나 들어갈까? 는 미용실에 물어볼 일이다. 외모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만 문제가 아니다. 머리를 염색하고 탈색을 가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아이돌 스타일의 염색은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중고생 성장기 아이들에게 권할 짓이 아니란 뜻이다. 시 교육감이 건강에 좋지 않은 염색을 일부러 하라고는 안 하겠지만, 아이들로 하여금 할 수 있게 해주는 일도 엄연한 '방조'다. 머리털은 계속해서 자란다는 점에서 한 번 사주고 마는 패딩과도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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