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일본에서 출간된 마스다 히로야의 '지방소멸'은 당시 막연히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만을 고민하던 일본 사회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추세대로라면 일본의 절반이 붕괴되는 아슬아슬한 현실에 직면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부터 고령화가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름끼치는 사실은 고령화 속도가 유례없이 빠르다는 점이다. 일본보다도 훨씬 빠르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문제는 <지방소멸>에서 보듯 단순한 인구 구조의 변화가 아니기 때문에 지방 도시들의 소멸과 연관해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해법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최근에 발간된 마강래 교수의 <지방도시 살생부- 압축도시만이 살 길이다>라는 이름의 책에서는, 제목에서 보듯 인구 구조 변화로 사라질 위기에 직면한 지방도시 문제의 해법을 '압축도시'에서 찾고 있다. 그 동안 도시의 팽창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도시를 압축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새정부가 약속한 도심 재생 사업도, 지방에 있는 집들을 정비하고 외관만을 고치는 일에 집중한다면 이는 세금만 쏟아 부을 뿐 결국 공멸을 불러온다고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사실 그런 국가적인 사업에 쓰이는 돈이 누구의 주머니를 불려줄지, 이미 선례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다수에게는 더욱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수도권 도시 팽창을 롤모델로, 작은 지방도시까지 외곽에 아파트를 짓고 새 주거단지를 만든 결과 대부분의 도시들이 '도심 공동화'를 우려해야 될 상황에 처해 있다. 대도시라고 다르지 않다. 내가 아는 한 동네도 전철 역세권임에도, 과거의 영화를 뒤로 한 채 그저 역만 남은 허름한 장소가 되어 빈집만 늘어가고 있다.
1부 - "지방도시 쇠퇴가 공멸을 부른다"
2부 - "지방쇠퇴 방지 노력, 모든 것이 헛되도다"
3부 - "쇠퇴하는 모든 곳을 살릴 수는 없다"
책은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망해가는 지방도시를 구제하기 위해 세금을 쏟아 붓는 일은 '함께 망하는 길'임을 환기시킨다. 2부에서는 시티은행의 축소(Demarketing) 와 우체국 등의 예를 통해 인구절벽 위기에 처한 지방도시의 현실을 알려준다. 3부에서는 압축도시의 필요성과 지방도시에 대한 효율적인 지원에 대해 말한다.
미래의 어느 날, 노령 인구가 소멸하고 동네들이 없어져가도 최소한의 공공서비스는 지속되어야 한다. 도시 외곽이라고,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라고 해서 가로등을 꺼버릴 수도, 도로를 방치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생산인구 감소라는 현실 앞에서 해법은 막막한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 소멸해가는 도시의 구석구석을 꽃단장하는 방식의 재생은, 이 책에서의 주장처럼 참 '의미없는 일'처럼 보인다. 마강래 교수가 이야기 하듯, 팽창해버린 도시를 압축하는 일, "압축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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