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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보..

퀴쎄(Küsse), 그 달콤함 속으로..

by 비르케 2009.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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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쎄(Küsse)... 어쩐지 '쪽~' 소리가 날 만큼 입술로 잡아 당겨 한 입 가득 베어 물고 싶은 이름을 가진, 종 모양의 이 과자를 사달라고 작은애가 온갖 애교란 애교는 총동원을 해, 수퍼에 서 있던 나로 하여금 갈등하게 했다. 집에도 아직 다 먹지 않은 과자류가 몇 개 있기에...

 

차라리 고집이라도 피웠으면 고깟 어린 녀석의 징징거림 정도야 꺾을 수도 있었을 텐데, 콧소리도 모자라, 어깨까지 비틀어 대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못 이기듯 하나를 집어들었다.
녀석이 이 과자에 그리도 열광을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학교에서 매번 행사가 있을 때마다 그 즈음에 생일을 맞은 학생들을 무대 위로 불러 올려, 생일축하 노래와 함께, 이 '퀴쎄', 정확하게는 '쇼코 퀴쎄(Schoko Küsse: 초콜렛 퀴쎄)'를 손에 하나씩 얹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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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생인 유노는, 지난 9월 학교에 입학한 이래 아직 한 번도 생일을 맞지 않았으므로, 어쩌면 '퀴쎄'는 그 맛을 두고  녀석으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 내지는 환상을 가지게 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가게에서 계산을 마치자 마자 먹겠다고 조르는 걸, 버스 정류장까지 가서 먹자고 일단 타일러 보았다. 하지만 웬걸,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우리를 마중이라도 나온 양, 버스가 턱 하니 다가오는 게 아닌가. 

"지금 먹고 다음 버스 탈래, 저 버스 타고 집에 가서 먹을래?"

이렇게 물으니, 그래도 생각은 있는지 다행히도 집에 먼저 가자고 한다.

 

생일축하 노래를 듣는 동안에도 참지 못해 퀴쎄를 입으로 가져가거나 손가락을 빨고 있는 사진 속 아이들모습

집에 오자 마자 허기진 듯 달려들어 순식간에 하나를 다 먹어치운다. 생일을 맞은 아이들이 무대 위로 불려져 '퀴쎄'를 받아든 순간, 그 달콤한 맛을 참지 못한 채, 생일축하 노래를 들으면서 '퀴쎄'를 입으로 가져가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다. 

입으로 가져가다 못 해 손가락까지 들이 빨고 있는 사진 속 아이들의 모습... 그 맛을 잠시라도 참지 못 해, 손가락을 빨고 그 진득한 손을 다시 옷에 문지르기도 하는 천진한 아이들 속에는, 의젓하게 선 채로 그 달콤함의 유혹을 묵묵히 참고 있는, 유노의 친구 '미구엘'(카키색 티셔츠)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예쁜 사진을 위해 날렵한 칼까지 꺼내서 잘라 보았는데, 겉을 감싸고 있던 초콜렛이 너무도 허망하게 무너져 버린다. 그 예전, 킨더위버라슝 (Kinderüberraschung)껍질을 눌러 부술 때의 그 허망함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안쪽의 하얀 부분은 생크림보다는 입자감이 더 있고, 마시멜로보다는 더 부드러운 맛이 난다. 바닥에 와플조각이 지탱을 해 주고 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라면 야리야리한 몸으로 서 있기나 했을까나.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하더니만, 벌써 몇 번째 부엌을 들락날락 하고 있는 녀석들때문에 12개입이라고 적힌 퀴쎄 상자 안 퀴쎄는 거의 바닥을 보지 않았을까 심히 의심스럽다. 

킨더위버라슝 (Kinderüberraschung)으로 시작된 아이들의 독일 과자 탐색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계속 되리라.
그 다음을 채워 줄 과자는 또 어떤 과자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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