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거이 달팽이 뿔1 시간이라는 것, 시간에 초연하다는 것 냉장고 야채칸을 열어 사과 하나를 꺼내 먹으려다 놀랬다. 새 사과를 넣어둔 곳 안쪽으로 오래된 사과 하나가 보였기 때문이다. 여름이 지나갈 무렵 처음 나오는, 달콤한 향이 나던 아오리 풋사과가 푸른색 그대로 말라 있었다. 새 사과와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몹시도 쭈글거리는 모양새다. 이걸 보고 있자니, 어느 그림책에서 본 채소들이 연상됐다. '세상의 모든 시간'이라는 '안체 담'의 그림책, 어린이들의 눈으로 시간을 해석해 놓은 책이다. 3개월이라는 시간은 또렷한 색을 지닌 단단한 채소들을 이렇게 변하게 만들었다. 멀겋고 탄력이 사라진 모습으로. 시간이라는 것은 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시간은 금(time is gold)' 이라 한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은 '쏜살(=쏜 화살) 같다'는 표현으로 대신한다... 2021. 2. 15.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