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창밖으로 벌들이 자주 지나다니기에 행여나 싶어 샅샅이 살펴보았더니, 우려했던 대로 안방 베란다창 밖으로 집을 지어둔 게 보였다. 실외기 틈새 쪽에 새나 벌이 집을 짓는 경우는 TV에서도 종종 보았지만, 우리집은 밖에 시설물도 없고 그저 허공인데, 달랑 좁은 차양과 벽에만 의지해 집을 지은 것이다. 지름이 15~20센티미터는 되어 보였다.
그런 일은 처음이라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결국 119에 전화를 걸었다.
“말벌이 저희 집 앞에 집을 지었어요.”
한편으로는 공무중인 분들을 사소한 일로 귀찮게 하는 것 같아 나름 미안해서, 급한 건 아니니 한가할 때 들러주셔도 된다고 덧붙였다. 벌들이 하루이틀만에 지은 집도 아닐 것이고, 며칠 더 있다 해결해도 될 일이었다. 그런데도 오히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라고 하시던 119 구급대원님.
“쌍살벌이네요.”
집에 도착한 대원님의 첫 마디였다. 말벌집으로 신고했었는데, 그분들의 어투를 듣자니 말벌은 아니고 그보단 약한 녀석들인가, 119에 도움을 요청할 정도는 아니었던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장비가 든 가방에서 모기약을 꺼내며 덧붙이시는 한 마디,
“모기약 뿌리면 얘들은 다 도망가요. 말벌은 이렇게 해도 도망가지 않고 집 주위를 계속 맴도는데, 이놈들은 순둥이들입니다.”
모기약을 뿌리니 정말로 오십 육계 줄행랑이다. 벌들이 다 사라지고 벌집만 휑하니 남게 되자, 베란다 창밖으로 손을 뻗어 막대로 벌집을 밀어내 바닥에 떨어뜨리시는 119 대원님. 요란했던 상황은 몇 분만에 금세 종료되었고, 대원분들도 이내 철수하셨다.
우리집에 둥지를 튼 쌍살벌들을 쫓아내고 나니 갑자기 이들에 대한 궁금증이 몰려왔다. 이 또한 인연이라면 인연인지라... 집에 마침 동물백과사전이 있는데, 거기 녀석들의 이름도 올라 있었다.
▲백과사전에 실려 있는 정보를 요약해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벌’이라는 단어로 함께 불리지만, 엄밀히 말해 말벌과 꿀벌은 서로 다른 종이다. 말벌은 영어로 ‘Wasp’, 꿀벌은 ‘Bee’. 전자는 후자처럼 꿀을 모으지 않는다. 그러므로 빨대 모양의 혀 대신 꿀을 핥기에 적합한 짧은 혀만 가지고 있다. 쌍살벌도 말벌의 일종이다. 생소했던 이름과 달리, 쌍살벌은 우리나라 전역에 흔히 분포되어 있다 한다. 이들은 타액을 이용해 집을 짓는데, 말벌의 집이 축구공 모양을 띠는 반면, 쌍살벌의 집은 더 납작한 모양이다. 도톰한 원반 모양을 떠올리면 될 것 같다. 또, 말벌의 집은 물컹거리는 외벽이 있지만, 쌍살벌의 집은 외벽 없이 육각형이 선명히 드러나는, 좀더 단단한 집이므로 구별이 어렵진 않다.
말벌인지 쌍살벌인지 알면 대응이 좀더 쉬워진다. 말벌의 경우 필사적이기 때문에 자칫하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순둥이 쌍살벌이라해서 집을 빼앗는 걸 그저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도 같다. 더군다나 벌의 종류도 다양하니, 일단 벌집을 발견하면 119에 신고해 안전하게 제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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