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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겨울의 벚꽃-2

by 비르케 2016.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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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 겨울의 벚꽃 1부 스포일러를 너무 많이 한 듯 싶다. 이 드라마는 1, 2부가 참 재미있다. 극 후반으로 갈수록 좀 지루하게 끌고가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2부~최종편을 이 포스트에 다 넣을 생각이다. 최종은 9부까지라 다른 드라마에 비해 분량이 다행이 길지 않아 맞춰볼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1부 끝부분에서 타스쿠는 모나미에게 심각한 병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알려주어야 할 과제가 생긴 셈이다. 한편 2부의 시작은 일상으로 돌아온 모나미의 모습부터 보여진다. 남편 병원의 이사장이기도 한 시어머니의 서늘한 태도, 시어머니보다 더 어려운 남편, 엄마를 주변 공기와 마찬가지로 취급하는 딸... 그 속에서, 정작 유명 의사의 아내 모나미는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타스쿠로 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어렵사리 건 전화인줄도 모르고, 모나미는 자신을 향한 남편의 시선이 걱정되어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린다. 어쩔 도리 없이 타스쿠는 그녀가 사는 도쿄로 향한다. 남편 코이치는 아내가 야마가타에서 분명 무슨 일이 있었음을 의심하는 중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모나미가 안 나올지도 몰라 그녀를 속이는 타스쿠. 그러나 모나미는 매우 불쾌한 얼굴로 돌아선다.

"야마가타에선 고마웠어요. 하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네요."

쌩하게 돌아서는 모나미에게 타스쿠가 말한다. 

"머리에 뭔가가 있어요. 꼭 재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자신을 귀찮게 하려는 줄만 알았던 타스쿠의 말에 모나미는 충격을 받는다.

 

모나미는 남편 코이치에게 알려 정밀 검사를 받고자 한다. 그는 도쿄에서 손 꼽히는 뇌 관련 숙련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이치는 모나미를 의심하는 중... 야마가타에 다녀온 이후 어쩐지 조금은 달라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싫다. 아니, 아내의 뒷조사에 열중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싫은 것일 수도 있다. 결국 자신의 말을 들을 새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남편 대신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받게 된 모나미. 그녀는 자신의 병이 뇌종양이고, 몇 달밖에 살 수 없는 위중한 병이며, 수술을 잘 하게 되면 더 살 수는 있겠지만 기억을 잃게 될 확률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타스쿠는 모나미를 잊기로 한다. 자신이 모나미를 만나러 갔던 날 자신을 싸늘하게 대했던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모나미가 행복하면 그뿐, 그렇지 못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보다 낫다 여기고 다시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뒤늦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날 모나미가 야마가타로 돌아오는 자신을 배웅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나왔었단 사실... 모나미가 자기를 보러 왔었단 사실이 너무도 기쁜 타스쿠. 그녀가 정밀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한다. 걱정스런 마음에 또 도쿄행이다. 이번에는 버스가 아니라 자신이 평소에 타고다니는 트럭을 타고. 

 

수시로 찾아오는 두통, 손의 힘이 빠져나가고 눈 앞이 흐려지곤 하는 변화에 너무도 절망하는 그녀... 그때 다시 타스쿠가 나타나 그녀에게 위안이 되어준다. 트럭을 타고 질주하는 소소한 일상도 값지다. 타스쿠는 그런 그녀의 미소가 좋아서 작은 트럭일 망정 그녀가 부르면 언제라도 달려나올 태세다.

 

모나미는 남편 코이치의 병원에서 수술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확실하게 고칠 수 있다고 선언한 건 남편이 유일했기에.. 코이치는 모나미에게 자기가 기억 손상 없이 수술을 잘 해 줄 수 있다며 자기를 믿으라 설득한다. 타스쿠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그는 그저 모나미의 머릿속 기억을 지워버리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것. 아내에게서 타스쿠라는 존재를 깨끗이 지워버리고 싶을 뿐이다. 모나미는 결국 남편을 피해 야마가타로 향한다. 그런 용감한 모습은 코이치로서도 처음이다.

 

코이치의 집요하고 이중적인 성격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모나미에 대한 일방적인 사랑과 질투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얽어매고, 타스쿠의 자존심을 있는 대로 짓밟는 코이치.. 나중에 타스쿠의 얼굴에다 "이걸 원해?"하며 돈을 뿌리기까지 한다. 또 그동안 사랑(?)했던 병원조리 담당 '리에' 에게서는 냉정함을 되찾는다. 리에는 모나미와는 친구같은 사이였는데, 코이치 부부의 중간에서 부부를 떼어 놓으려 이간질하다가 결국 희생양이 되고 만다. 물론 비운의 주인공 모나미에게도 남편과 리에의 불륜을 확인하는 일은 또 다른 고통이었다.

 

이제는 너무 일방적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코이치.. 처음부터 이랬더라면 모나미가 일상을 탈출하고자 야마가타와 같은 낯선 도시에 혼자 갈 일도 없었을 것이다. 새장 안의 새와 같은 답답함에, 겨울에도 핀다는 벚꽃을 보러 낯선 도시에 갔다가 타스쿠와의 인연이 시작된 모나미였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는 코이치, 그는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선택의 여지도 없이 의사가 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불운한 사람이기도 했다. 집안의 명성과 가업을 위해 어머니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던 그가 어머니를 향해 때늦은 반항을 한다. 어머니는 "내가 뭘 얼마나 어쨌길래..."하는 혼잣말로 아들의 낯선 행동을 이해하려 애써본다. 코이치가 이처럼 변한 것은 모나미가 삶에 반기를 든 것을 계기로 자신의 삶도 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나미는 자신의 생이 다하기 전에 타스쿠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 그래서 예전에 타스쿠에게 약속했던 니쿠자가 요리를 해주기로 결심한다. 비록 손의 힘이 약해져 예전처럼 빠릿빠릿하진 않지만, 온 정성을 다해 타스쿠에게 해주는 마지막 요리를 완성한다. 봄이 오면 함께 가자고 했던 벚꽃 구경도 갈 수 없을 만큼 기력이 쇠해진 모나미, 그러나 그녀는 슬프지 않다. 인생의 한 자락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정성스런 보살핌속에 죽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소중한 자신의 기억을 지켜낸 모나미의 모습을 보며, 타스쿠도, 코이치도, 딸 코토네도, 시어머니인 이시가와 쇼코도 삶을 살아가는 진정한 용기를 배울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드라마 '겨울의 벚꽃'은 단지 사랑이야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기억상실이 소재의 한 갈래긴 하지만, 이는 흔히 복수로 연결되는 기억상실과 달리, 이전의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삶의 원동력으로서 작용한다. 오래 살기 위해 생명 연장만을 꿈꾸는 현대 사회에서, 오래 사는 것 보다 '기억'을 고수하고자 했던 여주인공의 마음가짐이 내게도 용감한 반향으로 느껴져 온다.  

 

 관련글: 겨울의 벚꽃-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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