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956 가재가 노래하는 곳 - 델리아 오언스 외로움을 아는 이가 있다면 달뿐이었다. 예측가능한 올챙이들의 순환고리와 반딧불이의 춤 속으로 돌아온 카야는 언어 없는 야생의 세계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한창 냇물을 건너는데 발밑에서 허망하게 쑥 빠져버리는 징검돌처럼 누구도 못 믿을 세상에서 자연만큼은 한결같았다.가재가 노래하는 곳 - 델리아 오언스가재가 노래하는 곳원제: Where the Crawdads Sing작가: 델리아 오언스번역: 김선형초판1쇄 펴낸날: 2019년 6월 14일 P.13 습지는 늪이 아니다. 습지는 빛의 공간이다. 물속에서 풀이 자라고 물이 하늘로 흐른다. 꾸불꾸불한 실개천이 느릿하게 배회하며 둥근 태양을 바다로 나르고, 수천 마리 흰기러기들이 우짖으면 다리가 긴 새들이 - 애초에 비행이 존재의 목적이 아니라는 듯 - 뜻밖의 기품.. 2025. 3. 3. 눈 오는 날 산장에서 눈 오는 날 산장에서 바람이 눈과 만나기로 한 날 깊은 골짜기를 서슴없이 달려온 바람은 예정보다 빨리 산 아래 그늘로 들어섰다 우우웅 우우웅 산장을 휘감으며 푸르게 서 있던 잣나무 사이를 오가던 중에 이윽고 희뿌연 안개를 데리고 눈이 몰려온다 반가울세라 한바탕 뒤엉키며 바람이 히잉~ 말처럼 신음을 뱉는다 잣나무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고 눈보라 휘감으며 창을 두드리는데 텁텁한 공기를 탓하는 한 마디에 후끈한 아랫목을 나와 베란다로 나가는 미닫이를 밀어 본다 헤이안 시대 어느 궁녀는 향로봉의 눈은 어떠한가 묻는 중궁의 한 마디에 눈치 빠르게 창에 드리워진 발을 걷어올렸다더라 백거이의 시를 떠올려 밖을 보고 싶은 중궁의 말에 화답한 것이나 어쩌면 화로 앞 훈훈하면서도 답답한 공기에 바깥을 내다보고 싶.. 2025. 2. 24. 호로요이의 시간 - 다섯 작가의 술 이야기 호로요이의 시간 - 다섯 작가의 술 이야기호로요이의 시간원제: ほろよい 読書(호로요이 독서)초판 1쇄: 2023년 11월 20일출판사: 징검돌 작가 5인의 술에 관한 앤솔로지를 쓴 오리가미 교야(織守きょうや), 누카가 미오(坂井希久子), 의 하라다 히카(原田ひ香), 의 유즈키 아사코(柚木麻子), 그리고 한국에는 아직 낯선 작가 사카이 기쿠코(坂井希久子), 이 다섯 명 작가의 단편. '호로요이 (ほろよい)'는 술 한 잔에 거나하게 기분이 좋은 상태를 이르는 단어다. 다섯 개의 단편들을 읽는 동안 그런 느낌을 받는다. 이국적이며 잔잔하고 상큼하고 평온하고 따뜻한. ★ 그에게는 쇼콜라와 비밀의 향이 풍긴다 - 오리가미 교야(織守きょうや)여태 솔로로 살고 있는 이모 도와코 씨의 기억 속 주인공을 찾아 나선.. 2025. 2. 14. 사나이로 태어나서 사나이로 태어나서 이제 갓 일병 된 아들이 집에 와 노랠 부른다 귀에 딱지가 앉게 듣다 보니 저절로 나오는 노래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그 군가를 여태들 부르니? 그렇다고 한다 엄마가 어릴 때부터 들었으니 상당히 오래된 곡일 텐데 그 노래 제목사나이로 태어나서야? 아뇨, 진짜 사나이 몇 년도에 만들어진 노래일까? 손은 어느새 폰을 뒤지는 중 1962년! 와ㅡ 전투와 전투 속에 헤어진 전우야 월남전 파병때 만들어진 곡이라 한다 가사 속의 전투가 월남전이었다니 산봉우리에 해 뜨고 해가 질적에 부모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 고마워 아들 잠 편히 자게 해줘서ㅡ 2025. 2. 13.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 사쿠라기 시노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진 요즘,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은 때로 아픈 부모를 돌보는 일이기도 하고 한 가정을 어깨에 떠메게 되는 일이기도 하며 어그러진 관계를 바로세워나가는 일이기도 하다. 힘들면서도 따뜻한 둘의 존재, 둘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해주는 책.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 사쿠라기 시노둘이서 살아간다는 것원제: ふたりぐらし(둘이서 살기)작가: 사쿠라기 시노(桜木紫乃)1판 1쇄 발행: 2021년 1월 4일- 일본 출간 2018펴낸곳: 몽실북스 어머니 데루의 호출이 귀찮은 노부요시. 큰 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매주 한 번씩 동네병원을 두고 큰 병원에 가려는 모친을 따라 전철을 타고 삿포로를 오간다. 간 김에 인근에서 점심으로 메밀국수를 먹곤 하는데, 이 날은 데루가 갑자기 장어집 앞에.. 2025. 2. 11. 이전 1 2 3 4 5 ··· 19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