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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ke의..908

옥수수와 노지 오이, 여름을 붙들고 있기 일주일 전쯤 길에서 노지 오이를 샀다. 마지막 노지 오이였다. 추워진 날씨 때문에 이제 좀처럼 나오지 않는 귀한 오이다. 그리고 그쯤 시장에서 찰옥수수도 샀다. 옥수수 또한 이제 귀한데 운이 좋았다. 지나간 여름의 맛을 붙든다. 여름이 남기고 간 향기가 진하다. 옥수수와 노지 오이, 여름을 붙들고 있기 마지막 노지 오이라고 이렇게나 많이 사버렸다. 못난이도 많지만 이게 진짜 맛이 좋다. 아삭아삭 씹히면서 강한 오이 향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여름의 향기다. 그 강렬한 여름을 붙들고 싶어 이렇게나 많이 사버렸나 보다. 되는대로 뚜벅뚜벅 썰어야 맛있다. 여기에 양념을 하면 향이 죽는다. 된장이나 쌈장에 찍어먹거나, 그냥 먹는 게 좋다. 달고 아삭하고 향긋하다. 여름이 따로 없다. 냉동실에 모셔둔 옥수수도 쪘.. 2023. 10. 30.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살,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 시절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한 여자의 인생 대부분이 결정지어지던 시절,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딱 들어맞던 그때 그 시절 이야기, 불행하게 꼬여버린 두 여인의 인생에 비추어, 시대적으로 그렇게 살 수밖에 없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드라마를 소개한다.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 살,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 시절 오래전 단막극들을 유튜브를 통해 다시 본다. 일부러 찾아보게 되는 작품들 중에는 이 작품,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 살'도 있었다. 오래전 어르신들이 오스트리아를 '오지리'라고 부르는 걸 들어놔서 그나마 제목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유럽을 '구라파'로, 프랑스를 '불란서'로, 네덜란드를 '화란'으로. ('호주'는 지금도 오스트레일리아보다 더 자주 사용되고 있는.. 2023. 10. 27.
15년된 유화 물감과 시너를 꺼내 보니 오래전에 그린 유화들을 창고에서 꺼내왔다. 세월만큼 때가 묵은 캔버스 모서리들을 시간 내서 손볼 생각을 전부터 하고 있었다. 유화 물감과 세척액통도 열어보았다. 오래 사용하지 않은 유화 물감과 시너, 15년이 지나는 동안 어떻게 변해 있을까. 유화, 오래된 유화 물감과 시너 유화의 단점은, 그림 하나를 완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물감도 비싼 데다 까다롭고, 그림이 마를 때까지 장시간 늘어놓아야 해서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감이 묻으면 지우기도 어렵기 때문에 아이들 어렸을 때 모두 창고에 집어넣어버린 채 오래 잊고 지냈다. 다행히 물감은 아직 말랑말랑하다. 그런데 물감 입구에 뚜껑이 들러붙어서 열리지가 않는다. 힘을 주어 돌리니 엉뚱하게 중간 부분에서 물감이 비질비질 흘러나온다.. 2023. 10. 25.
가자에 띄운 편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를 이해하기에 좋은 청소년 추천도서 전쟁과 테러가 일상이 된 지 오래, 결국 터질 것이 크게 터져버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나라의 분쟁은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온세계의 이목을 끄는 가자지구는 어디에 위치한 어떤 곳인지,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좋은 청소년 추천서 한 권을 소개한다. 가자에 띄운 편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를 이해하기에 좋은 청소년 추천도서 발레리 제나티(Valérie Zenatti)가 쓴 소설 '가자에 띄운 편지(Une bouteille dans la mer de Gaza)'는 그녀가 경험한 이스라엘 생활을 바탕으로 2005년에 출간되었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그녀는 13세부터 8년간 이스라엘에서 살다가 프랑스로 돌아가, 주로 청소년들을 위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이 소설 또한 열일곱살 이스라엘 소녀 탈이, 팔레스타.. 2023. 10. 20.
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밤새 걷는 동안.. 오래전 읽었던 책들이 간혹 생각날 때가 있다. 요즘처럼 스산한 밤에 밤길을 걷게 될 때 문득 떠오르는 책, 온다 리쿠의 '밤의 피크닉'.. 밤을 꼬박 함께 걸어본다면, 다가갈 수 없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밤길을 묵묵히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많은 일이 가능하다. 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밤새 걷는 동안.. 온다 리쿠(恩田陸)의 소설, 밤의 피크닉은 어느 남녀공학 고등학교의 전통인 야간보행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학교에서 일 년마다 행해지는 이 행사에서는 전교생이 아침 8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24시간 동안 80킬로미터를 걷는다. 고다 다카코는 그 밤, 니시와키 도오루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한다. 둘은 이복남매지간으로, 둘 다 3학년이라서 이번이 그들의 마지막 보행제다. 같은 아버지를 두고.. 2023.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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