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최악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40분간 무려 40명을 찌른 사건이다. 이 20대 남성은 장애인 수용 시설에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직원과 환자들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그는 곧바로 자수했고, 장애인 따위는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 시설에서 3년 넘게 근무하다 올해 초 그만둔 그는, 한 지인에게 장애인들은 차라리 죽는 편이 가족들에게도 더 낫다며 자신이 장애인들을 죽이겠다고 말했다 한다.
요즘 지구촌을 떨게 만드는 IS 테러도 이번 일본에서 발생한 사건과 비슷한 면이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대의(大義)를 위해 스스로 나섰다는 점에서다. 난민 수용이 관용적이고 도의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낯선 땅에서 살아가며 겪는 차별과 정체성 혼란이 이들로 하여금 이른바 '외로운 늑대'가 되게 한다. 테러를 하라고 시키지 않아도 마치 주문에 걸리기라도 하듯 스스로 IS의 대의를 위해 희생까지 감수하게 되는 것이다. 아니,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죽음에 대의를 입히고 싶었던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현상들은 대부분 아목(amok)이라 불리는 정신착란과 연결된다. 집단 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일종의 정신병인 것이다. 그 명분에다 '알라의 뜻에 따라'를 내걸든, '장애인 따위는 차라리 없어지는 편이 낫다'는 명분을 내걸든, 그것은 말 그대로 명분에 불과하다. 실상은 무차별 살상의 실현이 목적인 것이다. 그것이 무섭다. 생각만으로도 오싹한 반인륜적인 사건들을 접하면서 무서운 것은 바로 그것이다. 주변의 모르는 누군가가 그런 무차별 살상을 꿈꾸는 자일 수 있다는 것. 일본의 그 범인도 주변인들이 이번 사건을 보며 의아해 할 정도로 평소에는 인사도 잘 하는 착한 청년이었다니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무서운 게 하나 더 있다. 이러한 사건들이 정작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이상 어마어마한 충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뉴스를 통해 매일 접하다시피 하는 지구촌 곳곳의 전쟁과 테러의 실상을, 영화 한 장면보다도 더 무심하게 넘겨보는 우리이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포켓몬GO에 빠진 세상에다 대고, '나는 포켓몬입니다. 나를 구해주세요'라는 피켓을 든 아이들을 등장시켜 시리아의 참상을 알릴 생각을 했을까. 이것도 저것도 참 무서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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