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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글..

꽃을 먹는 아이들- <마사코의 질문>中

by 비르케 2016.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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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블로그에 들어왔다가

무심코 하단 알라딘 TTB광고를 보니,

손연자 동화집

<마사코의 질문>이 올라와 있다.

 

 

내가 선택한 책 한 권을 제외하고

 나머지 네 권은 랜덤으로

 광고가 올라오는 것이기에

 매번 책들이 바뀌는데,

우연히 이 책이 올라오니

 문득 리뷰를 써보고 싶었다.

 

 

 

 

<마사코의 질문>에는

총 아홉 개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이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방구 아저씨'일 것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모두 시대상 일제 감점기다.

 이 중에서

 '꽃을 먹는 아이들'에 관한

리뷰를 남기고자 한다.

 

주인공 '겐지'는 일본 평범한 가정집의 소년이다. 그 당시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학교 숙제인 '역대 천황폐하' 외우기를 제대로 하지 못 해 매번 손바닥을 맞으면서도 여전히 외우지 못 한다는 점, 그리고 혀가 짧아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점이다.

 

겐지는 어느 날 신나게 노래를 부르다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던 한 소녀를 발견한다. 망태기를 들고 있는 모습하며, 한눈에 봐도 고물을 주워 파는 조선인이었다. 하얀 저고리에 검정 치마를 입은 그 모습이 학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겐지.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겐지는 길에서 또 그 소녀를 발견한다. 뭔가에 이끌리듯 몰래 소녀를 따라 걷다가, 소녀가 부르는 노래에 빠져든다. 그 노래는 자신이 평소에 자주 부르던 노래였던 것. 그런데 소녀를 따라가다보니, 엄마가 절대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던 종이 공장 뒷편에 이른다. 조선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곳에서 겐지는 진달래꽃을 따다가 입에 넣는 소녀를 보고 깜짝 놀란다. 어떻게 꽃을 먹나 생각하지만, 자신도 덩달아 민들레를 따서 입으로 가져가본다. 쓰디쓴 맛에 곧바로 뱉어버리는 겐지. 그날 이후 겐지는 소녀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조선인들이 모여 사는 부락에 까지 들어가본다. 낡고 찌그러진 조선인들의 집을 보면서 두려움이 앞서고, 엄마가 왜 가지 말라고 했나 한편으로 이해가 간다.

 

9월 초하루, 아침부터 유난히 무덥던 날, 겐지는 배탈이 나서 학교에 빠진다. 오후까지 단잠을 자고 일어나자, 잠에서 깬 겐지에게 엄마가 심부름을 시킨다. 음식에 쓸 간장을 사오라는 것. 아파서 안 나간다고 해보지만 엄마는 살살 다녀오라 타이른다. 겐지는 엄마에게 괜한 심통이 나서 간장을 사서 손에 든 채, 집이 아닌 소녀가 사는 곳을 향한다. 그리고 종이공장 부근에서 꽃을 따 먹고 있는 소녀를 본다. 겐지도 코스모스를 따서 입으로 가져가본다. 그러면서 소녀와 서로 마주보며 웃음을 주고받는 사이, 갑자기 땅이 요동을 친다. 지진이다. 산이 흔들리고 집과 학교가 불에 타는 것을 보지만, 불길 속에서 겐지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 몹시 당황한다. 그러다 쓰러지고 마는데...

 

정신이 돌아왔을 때 본 것은 아수라장이었다. 살아남은 사람들도 아우성이었고, 그 속에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느니, 우물에 독을 탔다느니 하는 말들이 오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조선인에 맞서 자신을 지켜야 한다며 자경단을 만들었고, 조선인들을 닥치는대로 잡아와 잔인하게 학살했다. 그런 광경을 보며 겐지는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는데, 이때 눈앞에 밧줄에 엮여 끌려오는 조선인들 사이로 소녀가 보인다. 겐지는 걱정스런 눈으로 소녀를 바라보고, 소녀의 눈에는 두려움과 슬픔이 어려 있다. 

 

소녀를 유심히 바라보는 겐지에게 누군가 죽창을 들이댄다. 조선인이 아닌가 의심을 품은 것. 그 죽창에 죽어간 사람들의 모습을 기억하기에 겐지는 도망치려 하지만 곧 잡히고만다. 자신은 일본 사람이라고 소리 높여 외치는 겐지, 그러나 혀 짧은 소리 때문에 발음이 불명확하다. 일본에 오래 살았어도 일본인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이 다른 발음을 가진 조선인과 오히려 닮아 있다. 의심스런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채 '역대 천황폐하'를 외워보라는 주문에, 겐지는 그저 고개를 떨굴 뿐이다. 일본인이라면 '역대 천황폐하' 정도는 외워야 한다며 소리 높여 외치던 엄마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맴돈다. 그 순간 겐지에게 죽창이 날아들고, 소녀의 긴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책은 우리애들이 어릴 적에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던 초등 필독서다. 초등학생용 책이긴 하지만 내용이 정말 좋아서 애들이 다 크고 나서도 처분하지 않고 책장에 간직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관동(간토) 대지진 당시의 모습을 어린 아이의 눈으로 담담하게 잘 그려내, 읽는 사람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그런 책이다. 

 

관동 대지진은 그 자체만으로도 참사였지만, 지진 시간대가 밥때였기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남겼다고 전한다. 대부분의 집들이 나무로 불을 지펴 조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시간에 발발한 지진에 속수무책으로 불바다를 연출하고 말았다. 굶주림과 목마름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의 불만을 다른 데로 돌리게 하려고 일본 정부는 유언비어를 퍼뜨렸고, 희생양은 당시 일본에 들어와 있던 조선인들이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정치쇼를 연출했던 일본 정부였으니, 충분히 있었을 법한 일이다.

 

이러한 시대적 아픔을 식민지라는 이유로 감당해야 했던 것이 우리 민족이었지만, 그 고통은 단지 우리만의 것이 아니었다. 일본 정부의 '동아시아 강자'에의 야욕은 자국민들에게도 크나큰 상처를 주었다. 민족주의를 자극해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목숨 정도는 기꺼이 바칠 것을 강요했다.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옥쇄(玉砕, ぎょくさい)', 즉 옥처럼 부서진다는 뜻의 아름다운 죽음이다. 

 

'꽃을 먹는 아이들'에서도 자국민인 겐지의 억울한 죽음이 있었다. 죽음에 직면한 겐지는 조선인인 소녀를 살리고자, "나는 일본인이고, 저애도 마찬가지다."라고 용기 내어 외치지만, 결정적으로 '역대 천황폐하'를 외우지 못해 목숨을 잃고 만다. 겐지의 엄마 말대로, 당시 일본인이라면 당연히 외워야 했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역대 천황폐하'였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들의 입을 통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어려운 말들을 기계적으로 반복하게 했던 군국주의적 교육 행태는, 그 일본식 교육을 그대로 답습했던 과거 우리의 '국민교육헌장'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다. 없어진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나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땅에 태어났다. 안으로는..." 의 구절이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걸 보면, 손바닥까지 맞아가며 달달달 외던 겐지의 어린 시절이나 우리 또래의 어린 시절이 마냥 애처롭기만 하다. 어른들이 만든 잔인한 문구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일도 참으로 안타까운데, 당시 제국주의 일본이 자국민에게, 또 식민지 국민들에게 했던 행동은, 지금의 IS가 꾸란을 외지 못 하는 자들을 처참히 제거하는 것과 꼭 닮아 있으니, 그들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애국'이란 이름으로 강요했는지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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