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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이라는 표현에 대해
누군가에게서 들은 것 중
가장 적격이라 생각되는 표현은 이거다.
다른 사람이 50으로 여기는
어떤 현상에 대해
70~80으로까지 느끼고 생각하는 것.
기쁨을 느끼는 것도, 슬픔을 느끼는 것도,
행복이나 사랑을 느끼는 지수도 마찬가지다.
고려 시인 이조년의 시 '다정가'는
이러한 센티멘탈리즘을
가장 잘 대변하는 시인 것 같다.
옛날 선비들이 사랑했던 꽃, 이화(梨花).
그 하얀 배꽃에
하얀 달빛이 한 점
은은하게 드리운다.
밤이 깊어 삼경(자정 전후)인데,
잠 못 이루고 달빛 앞에 서 있는
'나'의 마음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자규(두견새) 울음 소리만 야속하다.
그리하여 생각한다.
'다정도 병이런가...'
다정(多情)...
바로 센티멘탈리즘이다.
하얗게 핀 배꽃에 앉은 하얀 달빛,
아무도 없이 두견새 소리만 구슬픈 밤,
봄이 물오르고 바람이 살랑이는 속에서,
마음이 신숭생숭해 잠을 이룰 수가 없는 마음을
어쩌면 이리도 잘 표현하고 있는지...
남들이 50으로 느낄 일을
80이상 90으로까지 느꼈다면,
어쩌면
'감성(感性)'을 지나 '감상(感傷)'으로 갔다면...
그랬더라면
달빛이 내리는 이화 그늘에서의 읊조림이
이처럼 읽는 이의 마음을
동요케 하지는 못 했을 것이다.
딱 그만큼, 딱 적당한 거리에서,
봄의 기운과 이화의 화려함,
또 달빛의 황홀함,
그리고 그 앞에 선 화자의 마음을
이 시조는
너무도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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