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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다섯살 아이에게 달려든 로트바일러

by 비르케 2009.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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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로트바일러(Rottweiler: 크고 검은 개 품종)가 다섯살 난 여자아이에게 달려든 사건이 있었다. 아이는 당시 아버지와 함께 서 있었고, 곁을 지나던 이가 데리고 있던 로트바일러에 의해 얼굴을 공격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도사견에 의해 어린 아이가 사망하는 사고는 종종 있지만, 이런 대형견을 데리고 밖으로 나오는 경우가 아니라, 대개의 경우 개를 기르던 집의 아이이거나 그 집을 찾아온 이웃 아이인 경우이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다. 그 중에는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의 몸집을 가진 개도 있다. 

언젠가 마주오는 개를 보며 움츠러드는 애들을 보고는, 호랑이같은 그 개의 주인인 나이 지긋한 어른이 많이 민망했던지, 웃으며 다가와 이렇게 말을 했다. 
"애들아, 겁먹지 마라, 이 개는 아이들에게 잘 단련이 되어 있는 개라서 겁낼 거 없단다. 우리집에 너희만한 애들이 있어서 아이들을 무척 좋아한단다. 쓰다듬어보고 싶으면 쓰다듬어 보렴."
너무도 친절한 그 분 말씀에, 그 호랑이같은 개를 아이들과 함께 쓰다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호주산 세퍼드'라는 그 개는 털빛으로 보아 늙은 개임에 분명했다. 그럼에도 세퍼드의 사냥본능이 순간 빛을 발할까 무서워서, 개를 더 쓰다듬고 싶어하는 애들과, 자신의 호주산 세퍼드에 대해 한참을 더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그 어르신의 바램에도 불구하고 얼른 집으로 향했던 적이 있었다. 

이번에 다섯살 아이를 문 개는 줄로 묶여져 있긴 했지만, 주둥이에 입마개를 하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만났던 그 친절한 개주인의 경우에는 입마개는 커녕 줄마저도 묶지 않은 채 개와 산책중이었었다. 
대개의 경우, 입마개를 하지 않은 개들은, 내가 만났던 개 주인의 경우처럼, 아마도 개를 너무도 아끼거나, 그런 나머지 그 개가 사람과 똑같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일 것이다. 주인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주인을 위해 뭐든지 하며, 결코 주인이 힘들어 질 만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개에게 사람과 같은 대우를 해 주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독일의 지명인 '로트바일'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 로트바일러의 모습

어떻게 길들여 지는지는 모르겠지만, 독일의 개는 어디고 데리고 다닐만 해 보인다. 개는 들어오지 못 하도록 입구에 표시해 둔 가게 앞에서, 개는 당연한 듯 얌전히 앉아, 주인이 나오기까지 한참을 기다린다. 
너무도 똑똑한 나머지, 그런 일쯤은 식은 죽 먹기로 하면서, 사람에게는 절대로 덤벼들지 않던 자신의 개가, 어느 순간, 어떤 것에 흥분을 일으켜 발작적인 광분에 사로잡힐지에 대해서는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되는 것이 특히 대형견을 소유한 주인의 몫일 것이다. 



입마개를 한 개의 모습, 각각 여러가지 소재로,

개의 종류에 따라 여러가지 사이즈로 생산된다

이번에 일을 저지른  '로트바일러'라는 품종의 개는 이 전에도 몇 번 아이들을 공격한 전례가 있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날마다 주변을 산책하는 로트바일러가 있다. 그 개의 여주인은, 큰 덩치에 날렵한 몸집을 가진 로트바일러의 주인답게, 자신 또한 키가 늘씬하고, 거기에 길다란 머리를 질끈 동여맨 어여쁜 여성이다. 아침마다 자신의 개와 함께 버스정류장 근처를 지나는 그녀는, 사람들 무리를 지날 때마다 로트바일러의 목줄을 잡아당겨 바짝 쥐곤 한다. 그러나 그 뿐, 그녀의 로트바일러에게도 입마개는 없다.

뉴스를 접하며, 새삼 나도 모르게 그 덩치 큰 개들에 대한 경각심에 사로잡히게 된다. 
많은 나라에서 그렇듯이, 독일에서도 개를 만져볼 때, 남의 아기를 만져보고 싶을 때처럼 먼저 물어봐야 한다.
"이 개 만져봐도 되나요?"
주인의, "그럼요!" 하는 대답은 많은 것을 포함한다. 
개가 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만일의 경우 일이 나면 책임을 진다는 의미까지이다.
그러니 남의 개는 선뜻 달려들어 만지면 절대로 안 된다. 정말이지 큰 일이 나도 할 말이 없어진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처럼, 만지지도 않았는데, 개가 뭔가에 흥분하여 아이에게 달려든 경우에는,
그 동안 그 개를 신임하고, 자랑스러워 하고, 철썩같이 믿었을 개의 주인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친구같고 자식같으며 똑똑하기 그지없는 개에게 차마 입마개를 씌을 수가 없었던 그 개의 주인이 치러야 할 댓가는 짐작컨대 그리 만만치 만은 않을 것이다.  

<기사원문>
Rottweiler beißt Fünfjährige ins Gesicht
 
Nürnberg (ddp-bay). Ein Rottweiler hat am Samstag in Nürnberg ein fünfjähriges Mädchen ins Gesicht gebissen und dabei schwer verletzt. Wie die Polizei am Dienstag in Nürnberg mitteilte, musste das Kind in ein Klinikum eingeliefert und stationär behandelt werden.Das Mädchen hatte mit seinen Geschwistern und seinem Vater zusammengestanden, als der Hundehalter mit seinem vierjährigen Rottweilerrüden an der Gruppe vorbeiging. 
      
Den Angaben des Vaters zufolge sprang der Hund das Mädchen völlig überraschend an, drückte es gegen eine Wand und biss es ins Gesicht. Mehrere Menschen eilten zu Hilfe. Der Hundehalter riss den Hund, der zwar angeleint war, aber keinen Maulkorb trug, zurück. Gegen den Hundebesitzer erstattete der Vater des Mädchens Anzeige wegen fahrlässiger Körperverletzung

- 2009년 4월 7일 샤리바리 기사에서 발췌 - 

지난 토요일, 뉘른베르크에서 로트바일러 한 마리가 다섯살 난 여자아이의 얼굴을 물어 뜯어 심한 부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아이는 병원으로 이송되어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이 소녀는 아버지와 함께 다른 형제들과 서 있었는데, 이 때 개 주인이 자신의 로트바일러(4년생)를 데리고 그 곁을 지나갔다고 한다. 
   
소녀의 아버지는 진술하기를, 그 개가 갑자기 소녀를 향해 뛰어올라 소녀를 벽으로 넘어뜨린 후, 얼굴을 물어뜯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도우려 달려왔고, 개를 줄에 매긴 했지만 입마개를 씌우지 않았던 개주인은 개 줄을 잡아당기고 있었다고 한다. 소녀의 아버지는 개 주인을 관리소홀에 따른 상해 혐의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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