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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보..

독일 예방접종, 이런 게 다르군요.

by 비르케 2009.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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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예방접종, 우리와는 어떻게 다를까요?
먼저 독일 학교에 입학을 하려고 하는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거쳐야 하는 곳이 '게준트하이츠암트(Gesundheitsamt)'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보건소' 정도에 해당합니다. 그 곳에서 기본적인 키나 몸무게, 시각과 청각 검사 등과 더불어 예방접종 확인을 받습니다.

게준트하이츠암트에서 검사를 하던 당시, 가장 중요하게 확인을 하던 예방접종은 '간염 예방접종'이었습니다. 예방접종 이름은 잘 몰라도, '헤파박스' 같은 약물 이름을 알고 있으니, '헤파' 어쩌고 하는 게 간염이라는 건 얼른 알아차리게 되더군요.

결핵 예방접종도 여러번 확인을 하더군요. 그 또한 뭔지 모르다가 '투베르' 뭐라고 하는 설명으로 겨우 알아들었습니다. 나중에 확인하니, 정확한 명칭은 '투베르쿨로제(Tuberkulose: Tbc/ 영- Tuberculosis: Tb)' ....우리나라에서는 BCG라고 부르지요.

큰애는 어깨에 흉이 남는 주사로 BCG 접종을 했었고, 작은 애는 흉이 안 남는다는 걸로 접종을 했는데(가격이 세배 정도 차이가 있었던 걸로 기억되네요), 게준트하이츠암트에서는 큰애의 어깨를 보며 오케이를 하고는, 작은애의 어깨에만 유독 많은 질문을 던지더군요. 그 자국이 정말로 '결핵 예방접종'이냐면서요. 개인적으로도 비싸기만 하고 말과는 달리 아직까지 흉이 좀처럼 없어질 줄을 모르는 이 주사가 맘에 안 들었었는데, 까딱하다 그 날 주사를 한번 더 맞을 뻔 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번 여름에 큰애가 캠핑을 가게 되어 병원에서 '건강진단서'를 받을 일이 생겼습니다. 
이번에도 예방접종 여부는 또 관심사더군요. 예약을 해야 의사를 만날 수 있는 독일인데, 기껏 날짜 받아 의사를 만난 날, 예방접종표를 지참하고 다시 오라는 한 마디만을 들은 채, 다른 날로 다시 약속을 잡아야 했습니다. 며칠을 기다려 한국에서 가져온 <영문 예방접종표>를 들고 다시 병원에 갔습니다.
 
게준트하이츠암트에 있던 의료진과는 달리, 이번 의사는 작은아이의 팔에 있는 주사를 결핵 예방주사로 단박에 알아보더군요. (가족 주치의 개념이라 간김에 작은애도 봐달라고 했습니다) 

그게 문제 될 건 없는데, 새로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두 아이 모두 빠진 접종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게 뭐냐고 하니, 'FSME-예방접종'이라 대답하는데 도무지 알 수가 없더군요. 의사가 설명하기를, '체케'라는 곤충으로 부터 안전해지기 위한 것이라 합니다. 
캠핑을 갈 거라면 더더욱 맞고 가야 한다고 하길래 일단은 맞게 했습니다.

뭔지도 모를 주사를 맞춰서 안그래도 찜찜한데, 이번에 맞고 4주 후 2차 접종, 다시 반년쯤 뒤에 3차, 그리고는 3년에 한 번 정도씩 정기적으로 맞아야 한다고 설명하기에, 예방접종 이름이나 제대로 알고자 종이에 적어 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서랍을 뒤져 홍보물 하나를 건네주더군요.

집에 와 '체케(Zecke)'를 찾아보니, 허걱.. '진드기 일종'이라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례가 없다 보니 '일종'이라는 말이 붙어 있겠지요. 

예방접종 이름인 FSME(Frühsommer-Meningoenzephalitis)는 이 '체케'를 통해 옮을 수 있는 '뇌막염'을 이르는 말입니다. 모든 '체케'가 뇌막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운이 나빠 뇌막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체케'에게 물리면 치명적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박테리아 일종 보렐리오제(Borrelliose)에 감염될 수도 있다고도 하네요.

주로 독일 남부지방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데, 이는 비단 독일만의 사정이 아니라 유럽 전역이 이 '공포의 체케'의 위험하에 놓여있다고 합니다. 









체케가 주둥이 부분을 피부에 박고 흡혈을 하고 있는 모습과
빨갛게 표시된 체케 위험지역 (그 중 큰 도시명만 표시함)


의사의 권유 덕분에 엄마떠나 잠시 캠핑을 다녀올 큰애를 좀더 편안한 마음으로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 의사가 접종을 하는 동안 결핵 예방접종 이야기가 나온 김에 블로그에 올릴 소재 하나 건지려고 이렇게 질문을 건네 보았습니다.

"독일에서는 큰애와 작은애의 결핵 예방주사 방법 중 어느 것을 더 많이 이용하나요?"
그랬더니, 의사가 하는 동문서답,
"사실 결핵이라는 게 접종이 의미가 없어요. 이거 맞았다고 안 걸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요즘은 그보단 부모 검사를 더 권하는 편입니다. 다음번에 오면 엄마 검사 한번 해 보죠."

이게 아닌데... 어쩌다 이렇게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린 건지... 얼떨결에 다음 방문에는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참 난감하네요. 예전 독일에서 아르바이트 때문에 의무적으로 엑스레이 찍을 일이 있었는데, 윗옷을 다 벗고 방 하나를 건너가야 했던 일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처럼 당연히 가운을 찾던 저, 그때 몹시도 난감했던 기억이... 여기 사람들은 그런 거 신경을 별로 안 쓰더라구요. 찬찬히 보면 기분 나쁜 것이고, 안 보면 예의 있는 것이고.. ㅜㅜ 

사진은 <국제 예방접종 증명서> 입니다.
유럽은 이 나라 저 나라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들다 보니 이런 게 통일이 되어 있나 봅니다.

안에 접종 내역을 꼼꼼히 기록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겉장에는 주소와 이름, 어느 보험을 가입했는지, 보험번호 등의 개인정보도 보입니다. 

독일에 오기 전,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의 <영문 예방접종 증명서>를 떼어 가지고 왔는데, 독일에 와서 매번 의사들의 질문을 받게 하는 아리송한 접종이 하나 있더군요. 
'JBE' 라는 이름의 예방접종입니다.  

게준트하이츠암트에서도, 이번 의사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이게 대체 무슨 접종인지 묻는데, 원본도 없고, 그저 접종 날짜만 보고는 저도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전 생각이 났습니다.
'일본뇌염 예방접종'이더군요. (이름 맨 앞에 있는 'J'를 보고 확신했습니다.)
독일 사람들이 알 턱이 있나요. 위에 있는 <국제 예방접종 증명서> 뒷면에 나열되어 있는 예방접종명에 '일본뇌염 예방접종'이 있긴 한데, 이름도 다르고, 이 곳에서는 흔한 게 아니라 의사도 잘 모르나 봅니다. 우리에게 '체케'로 인한 뇌막염을 막기 위한 'FSME 예방접종'이 생소한 것처럼요. 

그나저나 저도 'FSME 예방접종' 해야 될 것 같기도 하고... 좀 그렇네요. 주로 풀잎에 붙어 있다가 옷이나 짐승의 털에 붙어 이동한다니, 풀을 스치고 지나가는 일은 이제부터라도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뱀다리: 병원에 갔다가 독일 아이들의 평균키를 보게 되었는데요, 우리랑 거의 비슷하더군요.            
           요즘 우리나라 아이들, 참 크죠? 세계적으로 키가 큰 민족 중 하나인 독일인들과 
           우리 아이들의 키가 비슷하니 참 흐뭇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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