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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보..

새로 바뀌는 신호등, 맘에 드시나요?

by 비르케 2009.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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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가까이 익숙해 있던 신호등 모양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새로 바뀌게 된다고 합니다.

딱딱하고 투박해 보이던 검정색 신호등 대신 회색 또는 진회색으로 된 세가지 디자인의 신호등이 도시 미관에 맞게 설치가 된다는데, 현재 주변에 있는 신호등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사진출처- 문화일보>

새로운 신호등이 달릴 거리의 모습을 미리 상상해 보다가, 사진 오른쪽의 새 신호등을 보고 작은 노파심이 일었습니다. 새 신호등의 테두리가 너무 작지 않나 해서입니다. 다시 새 신호등에 관한 다른 사진들을 찾아 보니 다행이 이 사진보다는 다들 양호하더군요. 그래도 세개 중 하나는 별로 맘에 들지 않습니다. 바로 테두리가 작은 모델입니다. 어쩌면 작은 테두리 덕분에 불필요하게 다른 신호까지를 다 보여주는 '과도하게(?) 친절한 신호등'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도로의 신호등은 정지선을 지나쳐서도 신호등을 볼 수 있게 되어 있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예전에 비하면 차선과 정지선을 제대로 지키는 차들이 아주 많아졌지만, 아직도 운전의 기본 개념을 망각하고 있는 몇몇 운전자들이 있으니, 차선을 지나쳐도 신호등을 잘 볼 수 있는 시스템은 고쳐져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운전자 본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정지선을 잘 지키고 싶어도 
보행 신호가 끝나갈 무렵부터 옆 차선의 차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이에 가만히라도 있을라치면 뒤쪽에서 빵빵거리는 통에, 욕 안 먹으려면(여성의 경우 운전중 별별걸로 욕을 먹기 일쑤지요) 앞을 향해 움직이는 시늉이라도 해야만 했던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신호가 다 바뀌기도 전에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운전 습관에는 정지선을 지나쳐도 여전히 잘 보이는 신호등이 일조를 합니다. 거기에 어떤 신호가 제 신호인지 한눈에 파악하기 힘든 신호등이라면 운전은 더욱  힘든 작업이 되고 말 것입니다.

      독일의 신호등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정지선을 지나치면 신호등을 볼 수 없게끔 자리잡고 있습니다. 
      신호등 모양은 현재 우리나라의 투박한 신호등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새로 바뀌는 신호등을 보면서 이런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올 하반기부터 서서히 교체를 시작한다는데, 고장도 없이 잘 서 있는 신호등까지 굳이 돈을 들여 일괄적으로 바꿔야 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일시에 전국에 있는 모든 신호등을 바꾸는 건 아닐테지만, 몇몇 도시에 살면서 참 안타까웠던 것 중 하나는 아직 멀쩡한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새로운 안건이 나올 때마다 판을 뒤집듯 일괄적으로 바꾸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있다가 거기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기 시작하면 다시 또 한꺼번에 다 뜯어냅니다.


일례로 어느 도시에서는 지명 속 로마자 표기를 수없이 고쳐, 그 때마다 수많은 안내표지와 교통표지판이 뜯겼다가 새로 붙기도 했구요(비단 한 도시의 예는 아닐 겁니다. 일관성없는 로마자 표기때문에 든 돈을 계산해 보면 생각보다 천문학적 수치가 나올 겁니다), 또 어느 도시에서는 버스 번호 표기를 프랑스식으로 하자는 탁상행정의 발상 한번으로 버스마다, 거리마다 번호표시를 몽땅 고치고 버스노선표를 배포해 대는데 돈을 쏟아붓더니만, 결국은 시민들의 원성 끝에 예전 버스 번호로 다시 되돌리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원점으로 돌아오기 위해 수많은 돈과 시간만 낭비하게 된 셈이었지요.  

 
새로운 도시 이미지도 좋고, 세련된 디자인도 좋습니다. 하지만, 굳이 잘 돌아가는 신호등까지 다 뜯어낼 필요가 있을까요? 몽땅 새걸로 다 갈아 치우는 대신, 좀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도시의 모습을 바꿔 나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도시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비단 신호등 하나 바꿔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나라 경기가 힘들 때는 밖으로 보여지는 모습보다 실속을 챙기는 모습이 누가 보더라도 좋은 모습일 테니까요. 우리보다 잘 산다는 나라들도 아름다운 화장실이나, 디자인 공모로 당선된 세련된 신호등 같은 데 목매지 않습니다. 도시는 역사가 있고, 사람이 있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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