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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보스콤 계곡 미스터리

by 비르케 2021.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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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고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있다. 차라리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악연으로 맺어진 이와 함께 사는 일은 정말이지 끝없는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셜록 홈즈 / 보스콤 계곡 미스터리에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질긴 인연에 얽힌 한 남자의 마음 아픈 사연이 등장한다. 

 

셜록 홈즈 / 보스콤 계곡 미스터리

한적한 시골 동네인 보스콤 계곡에 존 터너라는 거부가 살고 있다. 그 일대의 땅은 거의 그의 것이다. 젊은 날 그는 오스트레일리아로 건너가 굉장한 재산을 모은 다음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에게는 '앨리스'라는 이름의 딸이 하나 있는데, 같은 마을 청년 제임스 매카시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제임스의 아버지인 찰스 매카시 역시 젊은 시절 오스트레일리아에 있었다. 그곳에서 존 터너와 알게 되었고, 그후 보스콤 계곡에 들어와 존 터너가 임대로 내준 '해서리 농장'을 경작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찰스 매카시가 누군가에게 죽음을 당한다. 죽기 전에 그는 집 근처 늪지에서 아들인 제임스와 심하게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총을 든 제임스가 아버지 찰스 매카시를 따라가는 장면을 본 목격자도 있었으므로 여러 정황상 제임스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그런 상황에서도 앨리스만이 제임스는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두둔하고 변호했다.

 

셜록 홈즈가 바닥에서 돋보기로 발자국을 보는 장면

 

사건이 일어났던 현장에 홈즈가 도착했다. 그는 사건 담당인 경시청 경관을 향해, 늪에는 대체 왜 들어갔느냐고 따져 묻는다. 경관이 무심코 남긴 발자국들이 홈즈의 수사를 방해했던 것이다. 피해자가 쓰러져 있던 곳이 늪이었기에 수사가 쉬울 수도 있었는데 수많은 발자국이 증거를 가리고 있었다. 물소 떼가 지나간 것 같다며 핀잔을 놓는 홈즈에게 경관은 당황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우스운 상황이다. (홈즈 시리즈를 계속 보니 그런가, 삽화 속에서 돋보기를 들고 발자국을 뒤지고 있는 홈즈의 모습이 이제 귀엽기까지 하다)

 

단서를 앞에 두고 쉽사리 물러설 홈즈가 아니다. 꼼꼼하게 현장을 탐색하던 홈즈의 눈에 마침내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홈즈의 반응이 여느 때와 다르다.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달려갈 것만 같은데, 의외로 그 범인을 자신의 숙소로 은밀히 소환한다. 

 

잘못된 인연에서 비롯된 오랜 회한을 풀고 이제는 덤덤하게 죽음 앞에 선 한 남자, 그에게 한 점 자비로움을 건네는 인간미 넘치는 홈즈의 모습을 보게 되는 작품이다. 하지 말았어야 했던 일과 만나지 말았어야 했던 사람으로 인해 평생을 괴로움 속에 살다 간 보스콤 계곡의 미스터리가 홈즈의 혼잣말 속에 진한 연민으로 남는다. 

 

 

"어째서 운명의 여신은
불쌍하고 무력한 인간에게
이렇게 못된 장난을 치는 걸까?

세상이 이 지경이니
내가 있어야 할 곳이
행복이 넘치는 곳이 아니라
신의 은총이 없는 불행한 곳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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