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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보헤미아의 스캔들

by 비르케 2021.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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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아의 스캔들>은 셜록 홈즈 초기 작품이지만, 시간적 배경으로 보자면 홈즈가 이미 명성을 얻고 난 이후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다시 말해 지난번 포스팅했던 작품, <머스그레이브가의 의식문>이나 <라이게이트의 지주들>은 홈즈와 왓슨이 같은 집에서 하숙을 하고 있던 청년 시절에 맡았던 사건인데, <보헤미아의 스캔들>은 그보다 훨씬 앞서 발표되었지만, 왓슨이 결혼도 하고 개업의로 자리를 다져가는 후반부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왓슨은 오랜만에 홈즈를 찾았다. 이제는 가정이 생기니 옛 친구를 자주 찾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고, 개업까지 해서 너무도 분주한 생활을 하고 있다. 베이커가를 지나는 길에 홈즈 생각이 나서 들렀던 것인데, 오랜만에 왓슨을 본 홈즈는 단박에 그의 변화를 알아차린다. 살이 빠진 왓슨의 대략적인 체중 감량 수치, 그새 개업의가 되었단 사실, 또 지난 목요일에는 외곽으로 왕진을 다녀온 것까지 한눈에 맞춰버린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의 사건에 관심이 많은 왓슨에게 홈즈는 편지 한 장을 보여준다. 값비싼 종이에 쓰인 그 편지에는 방문 예약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 편지 한 장으로 상대가 누군지 윤곽까지 그리는 두 사람이다. 

 

 

보헤미아의 스캔들


 

보헤미아 국왕이 멋진 브로엄 마차를 타고 드디어 도착했다. 그는 자신의 신분을 속이기 위해 얼굴 절반이 가려지는 (쾌걸 조로에서나 보던) 가면까지 쓰고 등장해 가짜 이름을 대며 사건을 맡기고자 한다. 하지만 홈즈에 의해 신분이 바로 들통나버리자 가면을 내팽개치며 본격적으로 하대를 하는 국왕이다.

 

그는 5년 전쯤 황태자 시절에 사랑했던 가수 아이린 애들러의 협박을 받는 중이다. 스칸디나비아 왕녀와의 정략결혼을 앞둔 이 시점에, 만일 그 결혼을 하게 된다면 아이린이 둘이서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해버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는 엄격한 스칸디나비아 왕국이었기에 분명히 문제 삼을 것임을 국왕은 우려하고 있다. 만의 하나 이 정략결혼이 파혼으로 이어진다면 스칸디나비아 왕국과는 그야말로 적이 되어버릴 수도 있으므로 이 결혼을 위해서는 하루속히 그 사진을 찾아 없애는 것이 국왕이 원하는 바다. 

 

아이린에게 돈을 준다고 회유도 해봤고 사람을 보내 그녀의 집을 뒤진 적도 있지만 모든 게 허사였다. 그런 마당에 탐정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홈즈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고 찾아온 것이다. 착수금도 엄청나다. 황금 300파운드(lb)에 지폐 700파운드를 탁자 위에 덥석 올려놓고 가는 국왕.

 

돈은 그렇다 치고, 황금 300파운드(lb)면 136킬로그램으로 환산이 되는데, 순금 1킬로그램을 조회하니 7천만 원 전후, 7천만 원 * 136 하면... 

 

 

<보헤미아의 스캔들>에서는 변장과 연기에 혼신의 힘을 쏟는 셜록 홈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배우로도 손색이 없겠다며 왓슨은 이렇게 묘사한다.

분명 우리는 유능한 탐정을 얻는 대신, 역사에 길이 빛날 위대한 배우 한 사람을 잃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명망 높은 탐정으로서의 넘치는 자신감과 배우 못지않은 변장과 연기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 사건은 홈즈의 흑역사로 남는다. 홈즈의 머리 꼭대기에서 홈즈의 수법을 간파한 다음 약을 바짝 올리고 도망가버린 아이린...

 

홈즈는 베이커가에서 자신을 향해 인사하며 지나던 어느 청년을 떠올린다. 보헤미아 국왕이 홈즈를 찾아 이 사건을 해결할 수도 있음에 주목하고, 수상한 목사의 뒤를 밟아, 그가 홈즈가 사는 동네인 베이커가로 가는 걸 확인한 다음 인사까지 던졌던 아이린이었다.

 

아이린은 홈즈가 해야 할 숙제를 따로 손댈 필요 없이 깔끔하게 다 풀어줘 버린다. 이날 이후 아이린은 셜록 홈즈의 머릿속에 범접할 수 없는 유일한 여성이 되어버렸다. 보헤미아 국왕이 악수를 하려고 건네는 손도 지나쳐버린 홈즈였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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