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겨나간 메모 속 글씨로 범인을 찾는 일이 19세기에도 가능했을까. 지금처럼 컴퓨터로 다 되는 세상도 아니고, 당시의 필적 감정이란 예리한 과학자의 영역이었을 것이다. 셜록 홈즈의 단편, <라이게이트의 지주들>에서는 피해자의 손에 쥐어져 있던 종이 조각이 단서다. 찢어진 나머지 부분을 찾으면 사건의 실마리가 잡힐 것 같은데, 그 나머지 부분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등장인물 소개만 보고 사건의 전말을 상상해보고 싶었던 내 마음은 벌써 바뀌었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 소개만 읽고 상황을 판단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려 했는데, 결국 멈출 새 없이 그냥 술술 읽어버리고 말았다. 단편인데다가 삽화도 좋아서 진짜 부담 없이 읽힌다.
라이게이트의 지주들
런던의 베이커가에서 친구 왓슨과 함께 하숙을 하고 있는 셜록 홈즈, 누적된 사건들로 인해 건강이 극도로 나빠진다. 4월 런던의 날씨는 차갑고 연일 안개가 자욱하다. 쇠약해진 홈즈에게는 햇볕이 잘 드는 따뜻한 곳이 필요했다. 이때 라이게이트 인근에서 농장을 운영 중인 헤이터 대령이 두 사람을 선뜻 집으로 초대한다. 왓슨이 군의관으로 일하던 때 그에게 치료를 받아 친해지게 된 인물이다.
탐정이 가는 곳에 역시나 사건이 있다. 라이게이트에서 마침 사건 하나가 발생하는데, 그 지역 치안판사인 커닝엄 판사의 집에서다. 죽은 사람은 그 집 마부, 사인은 총상이며, 그의 손에는 종이 조각이 들려 있다. 그 종이조각에는 정확히 뜻을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들쭉날쭉 쓰여 있었다.
셜록 홈즈 단편 <라이게이트의 지주들>에서는 홈즈의 필적 감정 과정이 돋보였다. 이를 통해 뜻밖의 용의자를 가려낸 후 찢어진 종이의 나머지 부분을 찾아내 사건은 종결된다. 그가 했던 필적 감정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저 메모는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 나이 든 사람의 힘없는 필체와 젊은 사람의 또렷한 필체
2. 한 단어씩 번갈아가며 썼다 → 't'의 모양이 다르다.
2. 서로 주고받으며 작성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다음 사람이 쓸 공간을 비우고 띄엄띄엄 쓴 후에, 다음 사람이 그 공간을 메꾸는 식으로 작성했다. → 띄어쓰기 공간이 부족한 부분들이 보인다
<라이게이트의 지주들>에서는 셜록 홈즈가 연기를 하는 부분도 있다. 등장인물뿐 아니라 독자인 나도 깜박 속았다. 그 연기가 먹힐 수 있도록 처음부터 장치를 해뒀단 생각이 뒤늦게야 들었다. 역시 대단한 셜록 홈즈, 대단한 코난 도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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