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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엽서에서 보는 시,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

by 비르케 2021.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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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말 유행하던 그림엽서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문득 앨범 속에 있던

오래된 이 엽서가 떠올랐다. 

 

이런 엽서를 아직 기억하는 이가 있을까.

 

20세기 말,

더 정확히는 1980년대 

한창 이런 스타일의 엽서가 인기 있던 때가 있었다.

 

넓은 헤어 밴드에다가 

벌키한 점퍼 스타일만 봐도

이 엽서가 어딘가에서 

묵은 먼지를 털어내며 나왔다는 건

금세 눈치챌 수 있다. 

 

낯선 곳에 가게 되면

우선 엽서부터 사서 

친구에게, 가족에게 띄우곤 했던 때였다. 

 

이 엽서를 버리지 않았던 이유는,

저 구절 때문이었다. 

 

"엇갈리어 얼굴 반쯤 봐버린 사람아"

"요샌 참 너무 많이 네 생각이 난다"

 

 

아까 보던 영화의 한 장면인데,

행길에서 저렇게 스치던 인연도 

곧 만남으로 이어진다. 

 

엇갈리어 얼굴 반쯤 봐버린 사람,

그가 추억 속에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라면

오늘처럼 비 오는 날 

더 많이 생각이 날 것 같다. 

 

이 시의 제목은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

김남조 시인의 시다. 

 

엽서도, 시도 그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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