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쑥을 캤나 보다. 5월 쑥까지는 먹는다고 하는데, 이제는 제법 자라서 꽤나 뻣뻣하다. 여린 쑥 찾다가 쑥에 붙은 뭔가를 발견했는데, 그게 '쑥손님'이란다. 쑥에는 쑥손님이 오고, 내 옷에는 '팅커벨'이라 불리는 동양하루살이가 붙어 있다.
쑥손님 오고, 팅커벨은 날고
쑥에 작은 꽃봉오리같은 모양으로 불그스름한 뭔가가 달려 있다. 그걸 보고 엄마가 '쑥손님 왔다'고 했다. 꽃봉오리 비슷하지만, 벌레의 알집이라 한다. 속에 벌레의 알이 있다니, 쑥 뜯다 말고 기겁을 한다.
쑥들과 함께 섞여 들풀들이 하늘거린다. 방글방글 웃고 있는 노란 들꽃 보다가 어느새 네잎 클로버를 찾고 있는 나. 집에도 말려놓은 네 잎 클로버가 두 개나 있는데, 풀숲에 들어서면 나도 모르게 또 찾게 된다. 그런데 아까부터 뭔가 자꾸 눈앞에 어른거린다.
내 옷에 달랑 붙어 있는 팅커벨... 동양하루살이로도 불리지만, 팅커벨이 그나마 혐오감이 덜하기에 그 이름으로 부르고 싶어지는 녀석, 요새 한강변 골칫거리다. 식수원이라서 살충제 살포를 하지 못하니 서울, 남양주, 양평, 하남 등 한강 접경지역에서 개체수가 점점 더 늘고 있다.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른어른 떼를 지어 날아다니고, 밤이면 불빛을 찾아 하얗게 건물을 뒤덮는다.
이렇게 한 마리 정도야.. 헉, 눈알 굴리는거 보소.. 다리가 6개, 곤충 맞음. 날개 한 쌍, 더듬이 한 쌍, 몸통이 잠자리처럼 생겼지만, 그보다 한참 작다. 모기보다는 훨씬 크고, '깔따구'라고 불리는 녀석과 엇비슷하다. 다행히 모기 같은 해충은 아니고, 병을 옮기지도 않는다고 한다. 사진 찍는 동안 포즈 잘 취해주고 날아간 멋진 녀석.
집에 돌아와, 골라가며 뜯은 여린쑥으로 엄마가 또 쑥버무리를 해주고 가셨다. 냉장고에 있던 콩도 넣으니 맛이 한층 고소하다. 쌀가루의 쫀득함과 쑥의 향긋함, 고소한 콩이 어우러져 봄의 최상의 맛을 선사한다.
올해 쑥은 끝이지만 쑥버무리는 끝이 아니다. 데쳐서 냉동실에 쟁여둔 한 무더기 쑥이 또 있기 때문이다. 봄마다 공짜로 내려주는 자연의 선물, 아무 데서 캐도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 고마운 선물, 올해도 감사히 잘 챙겨서 먹어야겠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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