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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안개를 좋아하십니까? 당신은 한국인!

by 비르케 2009.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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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너무 단정적이지요? 그러나 한국인에게 안개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좀더 긍정적으로 비춰지는 것 같습니다. '안개'라는 단어를 들으면, '신비로움' 내지 '가려진 아름다움' 같은 게 느껴지지 않으습니까? 

이번 말고 예전에 독일에 있을 때, 독일에 있으면서도 독일인 친구보다는 외국인 친구들을 더 많이 사귀었습니다. 독일 사람들이 친구하기에 그리 쉬운 성격들이 아니라, 외국인들과 섞여 있으면 그 중 친하게 되는 이들은 주로 같은 동양쪽 친구들, 아니면 이탈리아나 스페인쪽 친구들이 되곤 했습니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친구들은 이상하게 서양인이면서도 우리와 교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다만 안개가 잔뜩 낀 날이면 그들의 표정까지 어두워지곤 했던 게 다르다면 조금 달랐지요. 

안개 낀 날 그들의 모습은,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보인달까, 심하면 아파도 보입니다. 머리 스타일 하나때문에 안개를 싫어하는 건 아니겠지만, 어쩐 일인지 그들은 유독 안개를 싫어했습니다.   


"난 안개가 좋던데..."
라고 말하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저를 바라보곤 했지요.  

그로 부터 얼마뒤, 어느 독일인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서양인들은 대부분 안개를 싫어한다구요. 드넓은 목초지에 안개가 드리워지고, 뒤로는 아기자기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진이나 엽서들을 보면, 이 사람들도 안개의 신비로움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것 같은데, 그 독일인의 설명에 의하면, 이들은 '안개'가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장막, 감춤)를 먼저 떠올린다고 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독일 날씨가 워낙 괴팍하다 보니, 이곳에서 오래 살다보면 칙칙한 안개 또한 싫어질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저는 안개가 좋습니다. 아침 안개를 맞고 돌아다닌 날이면 꼭 감기기운이 온몸에 스미곤 하지만요. 

어제 아침 안개가 끼어 온 세상이 뿌옇던 차에, 예전 이탈리아, 스페인 친구들이 안개때문에 툴툴대던 게 생각나, 혼자 사진도 찍고, 오랜만에 옛 상념에도  잠겨 보았습니다.   



'안개를 안 좋아하면 한국인이 아니다'라는 말로 들릴 것도 같아 제목이 맘에는 안 들지만, 일단 이대로 올립니다. 제목이 거슬리시면 제목을 하나 정해 주세요. 참고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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