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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호숫가 살인 사건 >, 학벌 중심 사회가 만든 사악한 풍경

by 비르케 2021.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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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 <호숫가 살인사건>은 인간이 자신들의 공동 목표를 위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알만 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알 수 없는 일, 학벌 중심 사회가 만들어낸 사악하고 기형적인 풍경이 이 영화에서 문득 섬뜩함으로 다가온다. 

 

영화 < 호숫가 살인 사건 >, 학벌 중심 사회가 만든 사악한 풍경

 

어느 한적한 호숫가 별장에 세 명의 아이들과 과외 선생, 그리고 아이들의 부모들이 모였다. 그 아이들은 명문중 입학을 위해 합숙하며 쓰쿠미 선생에게 과외를 받는 중이고, 부모들은 학부모 면접을 대비하기 위해 이곳으로 불려졌다.

 

아트 디렉터인 슌스케는 이런 자리가 편치 않지만, 이제껏 친자식처럼 키운 아이(아내의 딸, 원작에서는 아들)를 위해 가족의 곁을 지키며 이 불편한 면접에 최대한 성의를 보인다. 슌스케 이분 낯이 익다 했더니, '쉘 위 댄스' 주연을 맡았던 '야쿠쇼 코지'라는 배우다.

 

 

당분간 함께 지내게 된 다른 가족들, 잠시 한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과도 어색한 인사를 건넨다. 왼쪽에 있는 나이 든 남자가 '후지마'라는 인물로, 의사이자 이 별장의 주인이다. '에모토 아키라'가 역을 맡았는데, 내 느낌에 그는 '일본의 국민 아버지' 같은 배우다.

 

 

별장에서의 시간들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뜻밖의 손님이 슌스케를 찾아온다. 그의 동료이자 내연녀 에리코... 그녀의 등장에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아내를 의식하는 슌스케.. 딱 맞춰 아내가 나온다.

 

 

웬일인지 에리코는 과외샘인 쓰쿠미 선생에게도 접근하고, 그들과 저녁식사까지 함께 한다. 슌스케는 그런 에리코가 불안하게 느껴진 나머지, 별장 근처 호텔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그녀를 돌려보낸다. 

 

 

이래저래 찾아간 에리코의 숙소에 에리코는 정작 없었다. 다시 별장으로 돌아오니 뭔가 분위기가 싸~하다. 아내 미나코가 에리코를 죽였다는 것이다. 에리코가 미나코에게 자신이 임신을 했다며 슌스케와 이혼해달라고 해서 우발적으로 그렇게 했다나.

 

 

경찰에 신고하려는 슌스케를 모두가 말린다. 이 별장에 있는 사람들만 입을 다물면 에리코의 죽음은 없었던 일이 된다는 데 모두가 동조를 했던 것이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져서 아이들의 입시를 망칠 수도 있고 자신들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슌스케 역시 이 일이 알려졌을 때 자신의 사생활이 밝혀지는 게 껄끄러워 동조를 결정한다. 

 

 

의사인 후지마가 지시하는 대로, 시신의 옷을 벗기고 아무도 알아볼 수 없도록 훼손해 유기하는 과정에서 슌스케는  일말의 괴로움을 느낀다. 범행 현장은 아내들이 청소 중이고, 미나코는 자신이 에리코인 것처럼 에리코의 차림을 하고 호텔에 가서 짐을 꾸린 후 체크아웃한다.

 

그 짐을 슌스케가 에리코의 집에 그대로 정리해 두고 돌아오는데, 그 과정에서 이상한  사진들에 주목하게 된다. 이로써 별장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행적이 하나 둘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쩌면 범인이 미나코가 아닐 수도 있음을 슌스케는 직감하게 된다. 

 

 

 

어른 일곱에 아이들 셋, 이 별장에 있는 열 명 중에 범인이 있다. 그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은 되도록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 소설로 접하기를 추천한다. 영화는 뒷부분에 와서 완성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듯하다. 

 

 

 

"학벌 중심 사회가 만든 사악한 풍경"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아이들의 입시를 위해 온갖 짓을 서슴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이 상상 이상의 것이기 때문이다.

 

에리코의 사진들에는 쓰쿠미 선생과 학부모들, 그리고 그 명문중학교의 교직원이 함께 찍혀 있었다. 사실 에리코의 사진들은 슌스케가 부탁한 것이다. 최근 들어 거동이 수상했던 아내 미나코의 뒤를 밟기 위함이었다. 그녀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슌스케는 슌스케 나름대로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증거를 찾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야쿠쇼 코지의 모습만 봐도 짐작이 가겠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나 그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나, 둘 다 상당히 오래된 작품들이다. 아마도 지금의 일본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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