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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풀들이 찬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서로 부딪치고 엉겼다 떨어졌다,
억새도 겨울을 그렇게 나고 있다.
쇠잔한 겨울 태양 아래 그림자를 드리우며
나란히 선 채로..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라는 표찰이 세워진 이 곳은
동탄여울공원에 자리 잡은
작가정원 중 한 곳이다.
달려야만 할 것만 같은 서두름을 주는
직선으로 된 길보다
멈춤과 쉼이 있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작가는 그렇게 이야기한다.
구부러지는 길은
그 길 뒤에 무엇이 있을지 상상해볼 수 있어
더 좋지 않은가 싶다.
길 끝에서 보는 집들, 꽃송이, 열매...
더러는 반가운 얼굴...
오늘처럼 차가운 빈 들녘도
그리 나쁘진 않다.
한기를 가득 머금은 길을
겨울 바람을 맞으며 나아가니
적당한 바람에 말라붙은 덤불들이
바스락바스락 비벼지며
사락사락 떨어져 내릴 듯이 서서
겨울 공원을 찾은 이를 맞아준다.
마른 꽃이지만 그래도 예쁘다.
구부러진 길을 돌아나와 마주하니
이처럼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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