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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독일 고등학교에서 재현된 공포의 아목

by 비르케 2009.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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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명의 사망자(범인 포함)를 낸 지난 3월 빈넨덴의 악몽을 채 떨쳐버리기도 전에, 이틀 전(17일) 독일 바이에른 주의 안스바흐(Ansbach)라는 도시에서 다시 '아목(공격적인 살상욕을 동반한 정신착란)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 독일에서는 이런 사건을 일컬어 '아목라우프(Amoklauf)'라 부릅니다. 

범인은 안스바흐에 있는 카롤리눔 김나지움(인문계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아비투어(대학 입학을 위한 시험) 준비생으로, 사고가 난 날은 바이에른주 학교들이 일제히 개학을 하고난지 세번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는 그날 아침, 최소한 다섯개 이상으로 추정되는 화염병과 칼, 도끼 등을 들고, 자신이 다니던 학교로 갔습니다. 그런 다음, 화염병을 투척해 불을 지르고 도끼를 휘두르는 등, 모두를 공포와 두려움에 떨게 만들어, 그 결과 이 학교 학생 8명과 교사 한명을 부상케 했습니다.

다행이 13학년으로 알려진 어느 학생의 기지로 이번 사건은 크게 확대되지 않고 이 선에서 종결될 수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이 학생은 학교건물에서의 수상한 소음을 듣고 자신의 핸드폰으로 경찰에 신속하게 알렸으며, 화염에 휩싸인 가구들의 불을 끄는 등 평소 자율 소방대로서의 노하우를 여실히 발휘했다고 합니다. 그의 구조 요청이 있고 난 지 11분만에 출동한 경찰이 쏜 다섯발의 자동권총 사격으로 범인은 총상을 입고 쓰러졌으며, 이로써 악몽은 빠른 시간 내에 끝날 수 있었습니다.  

현재 10학년에 재학중인 2명의 여학생은 부상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그중 한 명은 도끼로 인해 두개골 골절상을 입은 소녀로, 일곱시간이 넘는 수술을 마치고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입과 턱 부분은 지속적으로 성형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하는군요. 또 한 명은 화염병에 의해 화상을 입은 소녀인데, 이 소녀 또한 지속적인 치료를 요한다고 합니다. 
   

범인이 왜 이러한 일을 도모했는지는 현재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진압 과정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심각한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은
범인은 아직 심문이 가능한 상태
가 아니라, 그저 추측만이 무성합
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왕따 문제가 대
두되고 있는데, 급우들에 따르면
이 학생이 따돌림을 당한 것은 엄
연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범인 게오르그 R.(Georg R.)를 두고, 급우들은 '매우 조용하고 폐쇄적인 외톨이'였다고 묘사합니다. 그의 평상시 성격을 두고 ‘어딘지 이상하고 소극적이었다.’고도 그들은 말합니다. 외모 때문에 그가 여학생들로부터 놀림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독일 언론들은 하나같이 이제는 독일 학교들도 더 이상 아목라우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범인의 동기에 한 가지를 더 추측해 보자면, '대입에 대한 중압감' 비슷한 것도 있었으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한국 학생들에 비하면 너무도 널널해 보이는 이곳 고등학생들이지만, 겉모습은 여유로워 보일지 몰라도 대입에 대한 부담은 마찬가지로 커 보여집니다. 

직업학교가 아닌, 인문계인 김나지움을 졸업하고도 대학에 가지 못한다면, 실로 어린 나이부터 인생의 씁쓸함을 맛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대학공부(스투디움)를 하는 것도 아니고, 변변한 기술이 있어 취업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요.

직업학교 학생들 또한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실습에 들어가는데, 나이든 기술자 옆에 붙어다니는 도제들의 얼굴도 그리 밝지만은 않은 걸 보면, 한국이나 독일이나 어린 학생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다는 사실이 그리 쉬워보이진 않습니다. 거기에 따돌림까지 합세한다면 더욱 힘들어 지겠지요.
 
이번 사건의 범인은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그토록 어마어마한 일을 저지른 당사자 또한 앞으로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작은 아이는 작은 고민, 큰 아이는 큰 고민
독일 속담중에 'Kleine Kinder, kleine Sorgen. Große Kinder, große Sorgen(작은 아이는 작은 고민, 큰 아이는 큰 고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작은 아이와 큰 아이는 꼭 둘 다 아이만으로 단정짓기 보다, 어린 아이들과 어른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때로 작은 아이의 고민이 우스울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어른의 기준일 뿐, 그로 인해 작은 아이는 무척이나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도 왕따나 학업성적 부진으로 인한 청소년 문제는 일각에서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큰 대안이 없는 게 사실입니다. 평상시에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사회에서 그들이 맘 편하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분위기가 보다 더 잘 만들어 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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