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 또 하루

아로마 초, 생각보다 위험할 수 있다.

by 비르케 2009. 9. 21.
300x250

'티라이트'라 불리우는 양철 그릇에 든 작은 초, 요즘 아로마 테라피며 다양한 이벤트에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초가 생각보다 위험한 것 같아 포스팅 해 봅니다. 

며칠 전, 오랜만에 저녁으로 생선을 구워먹으면서 주방과 거실에 각각 아로마 향을 피웠습니다. 

냄새 잡는 데는 환기와 함께, 아로마 향이 최고란 생각에, 김치찌개, 생선, 된장국 등등 특히 한국 음식을 먹을 때면 늘 습관처럼 아로마 향을 피워놓곤 합니다. 생선 냄새에 쩌는 건 특히나 더 싫기 때문에 주방에 하나, 거실에 하나를 켜 두었었죠.

제가 가지고 있는 아로마 램프는 투박한 도자기 재질로, 작고 간단하지만 아래가 좁은 게 흠이라, 불안한 마음에 병조림 마개를 아래다 늘 받쳐 놓습니다. 위에 오일이 있어서 넘어지면 화재가 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듯 램프가 위태위태하다고 조심했건만, 사건은 예기치 못한 데서 발생을 하였습니다. 

사진은 한참 전에 찍어둔 것입니다. 이번 일로 램프는   
꼴이 말이 아니게 변해 버렸습니다.                           


아시다시피 램프 아래쪽에 사진에서와 같이 아로마 초를 넣고, 위쪽 오목한 곳에 물을 조금 부은 후, 거기에 아로마 오일을 몇 방을 떨어뜨려 사용을 하지요. 이때 만나지 말아야 할 아로마 오일과 아래의 촛불이 그날 어찌된 영문인지 만나버렸습니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거실로 나와보니, 초가 들어있던 곳에서 번져나온 불이 램프를 잡아 삼킬 듯이 에워싸고 있었습니다. 다행이라면 그릇이 병조림 뚜껑 위에 얹혀 있었다는 것과 그것이 있던 곳이 창문 앞 대리석 받침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커텐에 옮겨붙기 전에 얼른 다른 데로 옮겨야만 했습니다.

불이 붙은 램프를 어디로 옮길까 생각하다, 씽크대 개수대가 그나마 제일 안전할 것 같아서 반듯한 받침을 찾아 두 손으로 받쳐들고 이동을 했습니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손은 달달 떨렸습니다. 만일에 떨어뜨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바닥이 온통 카페트인 거실이 난리가 날 게 분명하니까요. 한국에서라면 욕실로 먼저 가져갔을 텐데, 지금 제 집은 부엌만 빼고는 발코니(발코니용 카페트)까지도 온통 카페트가 깔려 있으니,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천 소재가 아닌 PVC 장판이 깔린 부엌까지가 왜 그리 길던지, 저 뿐 아니라 멀찍이서 숨을 죽이고 있기는 제 아이들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조심조심 개수대에 일단 넣고는 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이 초에 불이 붙으면 물을 부어서 끌 수도 없더라구요. 아로마 초를 써본 지가 오래라서, 예전에 이미 거의 꺼져가는 초에다 물을 살짝 붓는 장난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펑' 하는 소음과 함께 화끈한 촛농 세례를 받았었지요. 그때도 거의 꺼져가는 초라서 다행이었습니다. ㅜㅜ

불이 붙었던 원인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았는데요, 언젠가 아로마 초를 쓰고 나서 반 정도가 남아 있던 걸, 일이 난 날 다시 불을 붙여 사용을 한 게 화근이었던 것만 같습니다. 반쯤 남아있던 초에 그간 먼지나 이물질이 앉아, 그게 연소하면서 위쪽의 오일 있는 데까지 올라붙은 게 아니었을까..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쓰고 난 초를 이제껏 그렇게 이어 써도 아무런 일이 없었는데, 이상하긴 합니다. 덕분에 마른 붓으로 천장에 앉은 까만 재 털어내느라 고개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천장화 그리는 사람도 아니고, 참... 

어쨌거나 예전처럼 냄새 없애려고 아로마 향 피워두고 외출하거나 잠이 드는 일은 이제 없을 것 같습니다. 아로마 초 애용하시는 분들, 화재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불 너무 무서워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