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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독일에서 아이 공책 준비하기

by 비르케 2009.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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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는 9월에 새 학기가 시작됩니다. 대학생들의 새 학기는 이와는 다른데, 일단 고등학생까지는 대부분 9월이 학기의 시작입니다. 새학년이 되는 것이지요.

최근에 아이들 학교의 책걸상이 새로 바뀌면서, 새학기를 맞아 얼마 전 준비해 주었던 학용품들이 분실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가져간 것이 아니라, 책상 아래 수납할 수 있는 공간에 들어있던 공책이며 파일집들을 모두 꺼내 한곳에 몰아두고 책걸상을 옮기다 보니, 주인의 이름이 없는 학용품들은 새것임에도 불구하고 졸지에 미아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평상시에는 자기 물건에 이름도 잘 쓰던 큰애인데, 이번에는 이름을 제대로 쓰지 않아서 새 학용품을 몽땅 잃어버릴 상황이었는데, 버려지듯 한군데 놓여있던 물건들 속에서 그래도 악착같이 자기 물건을 찾아내, 공책 한 권을 제외하고는 다시 모두 찾았다고 하더군요. 며칠 전 분실 사건때문에 엄마의 심경이 어떠하리란 걸 한번 수업을 받은 덕분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작은애는 서랍에 넣어둔 체육수업준비물(운동시 갈아신을 운동화과 운동화를 넣었던 주머니)을 잃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일 하시는 분들이 서랍을 일일이 비우지 않은 채 오래된 책걸상을 가져가 버린 것이지요. 다행이 작은애 반에는 선생님이 관리해 주시는 사물함이 따로 있어서 잃어버린 학용품은 없었습니다. 운동화는 안그래도 작아져서 바꿔줘야 했던 거라 상관 없구요. 

까딱했으면 학용품을 다시 사줄 뻔 했는데, 그래도 다행이었습니다. 시내에 나갔다가 생각난 김에 잃어버렸다는 공책 한 권을 사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 보니, 공책의 표지 안쪽에 독일에서 사용하는 학생용 공책의 모양이 상세하게 나와 있기에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수학 공책은 우리와 판이하게 다르지요. 큰애와 작은애 둘 다 격자 모양이 인쇄된 공책을 사용하는데, 큰애들은 이런 모양을 사용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수나 기호가 많아지면 이런 칸에다 일일이 쓴다는 게 힘들거니까요.

공책은 책과 마찬가지로 공책도 비닐표지를 입힙니다. 선생님이 아예 과목마다 색깔을 정해 주는데, 주로 수학은 파랑색 계열, 독일어는 빨강색계열로 표지를 입히라고 하더군요. 공책 사이즈도 선생님이 준 준비물 리스트를 보고, A4/ B5 사이즈 또는 여백이 있는 것/없는 것 등 요구사항에 맞게 준비해야 하구요.

새학기라 학용품 준비에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지만, 색깔과 모양, 사이즈까지 고려해 학용품을 준비해야 하니, 마트에서의 신학기 풍경은 우리나라에서와 별반 다르지 않더군요. 학교에서 나눠준 용지를 들여다 보며 물건을 사고, 그러다가 헷갈리는 건 직원에게 묻기도 하고... 저도 이번에 '키저 블록'을 사오라고 하는데, 블록(낱장으로 떼어 쓸 수 있게 만들어진 공책)은 알아도 '키저'가 뭔지 몰라 엄청 헤맸던 기억이 납니다. 주변에 학부모들도 고개를 흔들어서 결국 직원 찾아 물어서 알아냈지요.

어쨌든 학용품 준비 끝나고, 임시 시간표에서 정식 시간표까지 이번주에 나왔으니 이렇게 한 학기가 또 시작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이동이 많이 있어서 아이들의 모습도 들떠 있는 듯 한데, 서서히 자리를 잡게 되겠지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학교 다닐 때가 가장 행복한 때인 것 같기도 하고, 반대인 것도 같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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