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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노래.. 음악이야기..

독일 노래 'Muss i denn' 속의 방랑

by 비르케 2018.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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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즐겁다'라는 동요는 독일의 'Muss i' denn(무쓰 이히 덴: 가야만 하네)'이 원곡이다. 원래 곡은 동요가 아니고, 굳이 장르를 가르자면 'Volkslied(민요, 민중가요)'에 해당되는데, Volkeslied 중에서도 독일적인 색채가 강한 노래다. 주제나 내용면에서 그렇고, 독일 남부의 방언이 잘 살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Muss i' denn은 연인을 두고 길을 떠나야만 하는 젊은이의 마음이 잘 담겨 있는 노래다. 길을 떠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독일 가곡이나 가요의 주 테마인 '방랑'에 비춰 보면, 당시 남자들은 세상을 돌며 견문을 넓히기 위해 길을 떠났다. 도시에 나가서 돈을 벌든, 학업을 위해서든, 참전을 위해서든, 남자라면 당연히 그래야만 했다. 지난 번 올렸던 'Das Wandern ist des Müller's Lust'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Das muss ein schlechter Müller's sein, dem niemals fiel das Wandern ein...'

(한 번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그는 나쁜 뮐러일거야)

 

독일의 성(姓)씨를 보면 조상의 직업을 유추할 수 있는데, 그중 '뮐러(Müller)'는 방앗간과 관계 있다. 방앗간의 특성상 거의 수확 철에만 바쁜데, 수확 철이 지나고 다음 수확 철까지 방앗간에서 놀고만 있는 뮐러를 떠올려보면 어떤 뜻인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이 없는 철이라고 집에서 허송세월만 하면 나쁜 남자였던 것이다. '뮐러'라는 이름은 사실 독일에서 흔한 이름이기도 해서 노래에 갖다붙이기 쉬운 이름이기도 하다.

관련글  독일음악 Lied와 Volkslied

 

 

"가야만 하네 도시를 향해,

사랑하는 당신을 여기에 두고

내가 돌아오면, 돌아온다면,

내가 정말 다시 온다면 내 사랑 당신에게로"

 

Muss i' denn은 이렇게 시작한다. 꼭 가야만 하냐며 우는 연인의 눈물, 도시에 나가면 아가씨도 많지만 내 사랑은 오직 당신 뿐이라며 젊은이는 포도 가치치기 시즌(농사법을 모르니 자른다고 하는 게 가지치기가 아닐지 추정됨)돌아오겠노라, 그때 결혼하자는 말로 연인을 달랜다.

 

표준 독일어에만 익숙한 사람이라면 적잖이 당황할 만 한 표현들이 많다. 독일 남부 방언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독일 남부 방언도 지역별로 아주 많은데, 그래도 가장 알려진 게 바이리쉬(Bairisch: 바이에른 방언)나 쉬배비쉬(슈바벤 방언) 등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전라도 사투리 정도로 나름 구수한데, 내가 알기로 이 곡에 있는 방언은 슈배비쉬다. 

 

포스트 제목에 있는 Muß 와 노래 제목에 있는 Muss가 다른데, 이는 방언이 아니라 같은 표현이다. ß나 ä, ö, ü 등의 표기가 힘든 경우가 많아, 실제 사용이 쉽도록 ß=ss, ä=ae, ö=oe, ö=ue로 대체 표기가 가능하다. 가사 속 명사 Städtele, Mädele , Träubele 등이 독일 남부 방언이다. 우리나라 방언이 남쪽으로 갈수록 발음이 거세지는 반면, 독일의 남부 방언은 발음이 흐려진다. '슈타트'가 '슈태텔', '매드첸'이 '매델', '트라우벤'은 '트로이벨레'가 된다.

 

Muss i' denn은 독일 노래지만,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널리 불리고 있다. 독일 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불렀고, 미국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 등이 'Wooden Heart'라는 제목으로 노래했다. 다들 개성 있는 목소리지만, 이중에 슈배비쉬 느낌으로 듣기에는 '하이노'가 최고다. 독일 젊은이들도 하이노라고 하면 인상부터 쓰는 이들이 많지만, 독일 색채로는 역시 하이노가 딱이다.

 

하이노 - Muss i' denn

 

빈소년합창단 - Muss i' denn

 

영화배우 '마를레네 디트리히(Marlene Ditrich)Muss i' denn은 어쩐지 슬프게 들린다. 조국 독일의 혼돈을 겪고 비로소 미국에 정착해서 잘나가는 여배우로 살았지만 그녀의 삶 속에 조국에 대한 그리움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라면 이 노래가 이렇게 슬프게 들릴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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