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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시간을 거슬러

마음 속에 간직된 아름다운 호수, 티티제

by 비르케 2016.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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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남서쪽에 위치한 프라이부르크는 서쪽으로는 프랑스, 남쪽으로는 스위스를 가까이 두고 있는 도시이다. 동쪽으로는 '슈바르츠발트(검은숲/흑림 Schwarzwald)'가 있다. 프라이부르크가 프랑스와 인접하다 보니, 그곳 사람들은 심심하면 프랑스 도시 '꼴마(Comar)'에 간다. 국경만 살짝 넘을 뿐인데도 정취가 상당히 달라진다고 한다. 아마도 언어가 바뀌니 그런 느낌이 더 들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무척이나 가난한 학생이었으므로 '꼴마' 정도도 한 번도 가보지 못 했다.

 

 

 

인근에 가본 곳이라고는 그저 학생증으로 무료 이용 가능했던 구간인 '티티제(Titisee)' 뿐이었다. 티티제는 '슈바르츠발트'에 있는 호수 중 하나로, 기차를 타고 티티제까지 가면서 보게 되는 빼곡한 숲의 장관이 일품이다. 프라이부르크에서의 답답한 삶이 싫어질 때, 문득 떠나면 만나게 되던 곳이 내게는 티티제였다. 룸메이트였던 페이샹과도 몇 번 동행했던 기억이 있다.

 

    

프라이부르크의 정식 명칭은 지도에 있다시피 '프라이부르크 임 브라이스가우(Freiburg im Breisgau: 브라이스가우에 있는 프라이부르크)'이다. 우리나라에 '광주'가 두 개라서 '전라도 광주', '경기도 광주'로 구별하듯, 독일에 프라이부르크도 둘이라, 정식 명칭을 쓸 때는 '프라이부르크 임 브라이스가우'로 불러야 한다. 사족이지만, '프랑크푸르트'도 그렇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프랑크푸르트의 정식 명칭은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Frankfurt am Main: 마인강변 프랑크푸르트)'이다.

 

 

티티제에서 산 엽서. 슈바르츠발트의 전통 집을 배경으로 말들이 여유롭게 풀을 뜯는 모습, 지금 봐도 참 환상적이다. 사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워터마크도 완전 소심하게 넣었다. 슈바르츠발트 전통집들은 지붕이 참 크게 얹어져 있는데, 아래 사진을 보면 전통 복장도 머리 부분을 크게 부풀려 장식했다.

 

 

 

슈바르츠발트 전체에서 전해져 오는 전통 복장은 아니다. 몇몇 마을에서만 전해지는 양식인데, 양모로 만든 공 모양을 11개 연결해 머리에 쓴다. 이때 공 모양 방울의 색깔로 결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를 구분했다고 한다. 결혼을 안 한 여자는 빨간색, 결혼 한 여자는 검정색으로 장식했다. 그 무게가 상당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사진속에서 처럼 벨벳 소재로 대체되었다. 의상은 흰색 실크 블라우스에 검정색 치마를 입었다.

 

 

 

프라이부르크 인근의 도시들이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독일 도시들에 표시를 해 보았다. 프라이부르크가 속해 있는 '바덴 뷔르템베르크 주'의 주도, 슈투트가르트도 보인다. 꼴마도 있다. 이 지도로 보니 프라이부르크와 꼴마가 아까 지도보다 훨씬 더 가까워 보인다.

 

독일과 스위스 국경 지역에 있는 호수는 '보덴제(Bodensee)'다. 지도상에 티티제는 글자 표기만 되어 있으니, 보덴제의 크기를 짐작해 볼 만 하다. 보덴제도 가보려고 벼르기만 했을 뿐 결국 가보진 못 했다.

 

 

티티제를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길을 나서던 날이 떠오른다. 귀국하기 얼마 전이었다. 독일로 떠날 때 굳이 프라이부르크라는 도시를 행선지로 정했던 이유는 싼 어학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없이 많은 어학원 컨택 끝에 그나마 프라이부르크의 저렴한 어학원을 3개월 코스로 끊고 독일행을 강행했지만, 프라이부르크는 내게 너무 비싼 도시였다. 생활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었다. 게다가 어학이 아닌 대학 공부를 얼른 시작하고 싶었다. 답은 하나였다.

 

"도시를 옮기는 거야!" 

 

독일대학 입학허가서 받는 방법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알아보았다. 옮긴 도시에서는 새로운 전공을 택해 공부를 해야 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다음 학기까지 몇 달 동안은 비자가 없으니 무슨 수를 쓰긴 써야만 했다. 누군가는 '쉥겐 조약(무비자로 3개월 입국 가능)'을 잘 활용하면 된다고도 했다. 다시 3개월 짜리 어학원 수업을 들어도 시간을 메꿀 수는 있었다. 그러나 살던 집에 정이 떨어지고 나니 그러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더는 프라이부르크에 머물 이유도 없었다. 차라리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입학허가서를 받아 다시 오는 편이 더 낫겠다 싶었다.

 

프라이부르크를 떠날 생각에 마지막으로 티티제에나 한번 더 다녀오고 싶었다. 그렇게 어학원 수강이 종료된 시점에서, 일주일 쓸 수 있는 대중교통 티켓을 산 다음 티티제로 가는 열차에 올랐는데 문제가 생겼다.

 

검표원이 내 티켓을 보며,

"이런 이런..."

한다.

 

그는 그 티켓으로는 그 기차를 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기차는 역을 떠난지 오래였다. 무임승차라니... 몇 배나 되는 무거운 벌금을 물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제가여... 학생인데여... 학생 티켓으로 티티제에 자주 다녔어여.. 근데여.. 이번에 학기가 끝나서여..."

 

놀란 마음에 말까지 버벅거리고 있는 내가 안돼 보였는지, 그는 자신의 눈을 콕 찌르는 시늉을 하면서,

"걱정 마, 난 안 본 거야~ 대신, 갈 때는 니가 알아서 가~"

하고 윙크를 날리고 지나갔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음 정거장에서 얼른 내리고 말았다. 그래서 그날 결국 티티제에는 갈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 티티제는 늘 내 마음 한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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