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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웃는 소리
바람이 우는 소리
바람에는 열두 개의 문이 있고
삼백육십다섯 개의
혹은
삼백육십여섯 개의
다른 색깔이 있어
그 하나하나의 문을 열고 지나면
어른이 되는 크고 아름다운 길로...
그런 사랑으로,
그런 행복으로,
그런 꿈으로...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
'쁘라삐룬' 이라는 이름을 가진 태풍이
우리나라 쪽을 향하면서 바람이 거세다.
휘이잉~ 소리를 내며
바람이 몰아치는 이런 날이면 나도 모르게,
'바람이 웃는 소리, 바람이 우는 소리...'
라는 구절을 떠올린다.
고등학교 때 친구가 그려준 그림에
이런 구절이 들어 있었다.
무슨 고민으로 힘들었던 것인지,
그런 나를 위해 친구가 메모와 함께
그림과 글을 실어 내 책갈피에 넣어두었다.
정성이 깃든 이 서화(?)를 받고 정말 기뻤던
그날의 느낌을 아직도 기억한다.
친구는 결국 미대에 입학했고
세월 따라 서서히 잊혀져 갔지만,
이 한 장의 종이는 내 공간에 그대로 남아 있다.
여기에 있는 글들이 친구가 쓴 것인지
다른 작가의 것을 옮긴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심지어 그림도 다른 작가의 모작일 수 있다.
그러나 나를 위해 공들여 그려내고 쓴 것이라
소녀감성 충만한 이 완소 아이템이
볼수록 고맙고 또 고맙다.
오늘, 이렇게 바람이 매섭게 부는 날,
어김없이 또 그 친구를 그린다.
세월 가도 잊혀지지 않는 그 초롱한 눈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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