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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글..

아추 - 차오원슈엔

by 비르케 2018.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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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추는 마을 사람들의 걱정의 대상이다.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을 괴롭히고 동네에서 온갖 말썽을 부리는 문제아이기 때문이다. 결국 아추는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게 되고, 학교에 가는 대신 하릴없이 개미들을 관찰하게 된다. 그때 문득 살의의 충동을 느끼는 아추... 흙을 파내고 구멍을 만들어, 그 구멍에 개미들을 잡아넣은 다음 그 위에다 오줌을 누기 시작한다. 허우적거리는 개미들이 아추의 눈에는 그저 우습고 가소롭기만 하다.

 

개미들의 무모한 허우적거림처럼, 아추의 부모님도 강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아추가 여섯 살 때였다. 마을 사람들이 옆 마을에 들어온 영화를 보러 가기 위해 한꺼번에 배를 타는 바람에 정원을 초과한 배는 강 한가운데서 뒤집혔다. 수영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살아서 돌아왔지만, 아추의 부모님은 그날 물에 빠져 죽고 만다.

 

며칠 뒤 다거우의 아버지가 사람들 앞에서 그 사건을 무용담처럼 늘어놓기 시작한다. 물에서 헤엄쳐 나오려 할 때 아추의 아버지가 그를 잡아당겨 함께 물속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아무리 손을 떼려 해도 뗄 수가 없었다며 그날을 떠올린다. 그때 문득 주머니에 있던 손전등을 아추 아버지의 손에 들려줬고, 아추 아버지가 그것이 구명 수단이라도 되는 줄 알고 덥석 붙잡는 바람에 겨우 그 손길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큰일 날 뻔 했네!" 하며 맞장구를 치던 마을 사람들... 아추는 그 사람들 속에서 이 집 저 집을 전전하며 밥을 얻어 먹어가면서 자라났다.

 

 

"네가 물에 빠지면 너희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에게 했던 것처럼 나도 해줄 거."

다거우를 위협해 배로 납치한 아추는, 내려달란 다거우의 말에, 강물로 뛰어내리려면 뛰어내려서 도망쳐보라며 과거 속 앙금을 꺼내놓는다.

 

어린 다거우를 데리고 그렇게 갈대숲으로 가 하룻밤을 보내는데, 아침에 보니 배가 떠내려가 버리고 없다. 갈대숲에 갇힌 두 소년은 갈대를 엮어 움막을 만들고 갈대 뿌리로 연명하며 구조를 기다린다. 

 

어느 새벽 아추가 급히 다거우를 깨운다.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거우와 며칠간 한 공간에 있으면서, 자신에게 의지해오는 어린 다거우에게 아추는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던 중이었다. 사람들이 구하러 올 거라며, 오히려 다거우를 달래던 아추였다. 

 

그러나 사람들의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아추는 다시 한 번 분노에 휩싸인다. 그들은 일제히 다거우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 속에 한 사람도 아추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막 대답하려는 다거우를 향해 내리치는 아추의 주먹, 그런 아추의 주먹을 다거우는 아무런 반항 없이 받아들인다. 다거우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곧이어 아추의 눈에서도 눈물이 솟는다.

 

"사람들은 모두 내가 죽길 바라지? 그런 말 한 적 없어?"

갈대숲에 누운 채 묻는 아추에게, 다거우는 고갯짓으로 없다고 답한다.

 

그런 다거우가 고마워서인지 사람들을 보내버린 미안함 때문인지, 아추는 다거우가 마치 친동생이라도 되듯이 다거우를 위해 오리알을 가져다 먹이고, 오리를 꼭 잡아오겠다며 오리를 쫓아 물로 뛰어들어간다.

 

마침내 마을 사람들이 다거우를 발견하게 된 날, 다거우를 통해 아추의 존재를 알게 된 사람들은 이제 아추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다.

 

 

'글로 그리는 그림'이라는 평을 듣는 중국의 작가 차오원슈엔, 그의 작품은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작가 중 하나다. 원어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감동은 부족하만, 그의 단편을 실은 문고판에서라도 맑고 신선한 영혼의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에게 논술을 가르치던 때 이 작품을 통해 느낀 감동을 아직 기억하기에, 다시 한 번 읽고 정리를 해 보고 싶었다.

 

사람들 속에서 상처를 안은 채 자라온 소년, 그리고 그 불만으로 인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심지어 하늘에 떠 있는 태양까지도 맘에 들지 않았던 아추라는 이름의 소년... 그런 냉담한 가슴에도, 자신에게 기대어오는 타인의 진정성을 통해 단단히 채워져 있던 마음의 빗장을 서서히 풀어간다. 이 작품에는 그 과정들이 물처럼 담담하니 그려져 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작품이 대개가 잔잔한 강을 배경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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